[메디소비자뉴스=편집국] 대한의사협회(회장 노환규)가 지난주 제2차 전국의사대표자회의를 열고 전국의 모든 의사면허소지자들이 ‘주40시간근무, 토요휴진제’를 강행키로 했다.

이에 따라 전국의 각 병의원 정문에는 지난 주말부터 ‘토요휴진’이라는 진료시간 변경안내문을 부착한 곳이 속속 등장했다. 의협은 이번주 안에 대정부 투쟁을 선언하고 토요휴진제→주중 1일휴무→4개 포괄수가제 적용질환 비응급수술 무기한 연기→개원의·전공의·봉직의·교수참여 전면휴폐업의 로드맵을 작성, 단계적으로 강도를 높힌다는 계획이다.

의협의 이러한 강경 모드는 정부가 지난해부터 저수가 정책과 함께 4개 진료과목 포괄수가제 실시, 대체조제 확대에 이어 최근 성분명처방 추진에 따른 대응책이다. 정부의 이러한 조치로 의사들이 고유의 진료·처방권을 빼앗기는 것은 물론 저수가로 병원경영조차 어려워져 인내의 한계에 달했다는 주장이다.

의사들이 기존에 누리던 권리나 이익을 박탈당하는 데 앉아서 당할 수만은 없다는 절박감이 묻어있다. 의협은 강경투쟁 목적이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고 의료인의 삶의 질 향상을 꾀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의사들 주장에는 상당히 이해가 가는 부분이 있다. 대형종합병원 전공의들의 경우 낮은 급여에 주 80~100시간 정도의 혹사를 당하는 일도 많기 때문이다. 이러한 열악한 근무여건은 반드시 개선돼야 마땅하다.

또 “저수가로 하루 80명이 넘는 많은 환자를 진료하는 것은 세밀하고 성실한 진료를 포기토록 하는 것”이라는 주장에도 일리는 있다. 그러나 반대로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 비싼 수가를 받고 하루 20명 내외의 적은 수의 환자만을 진료하겠다는 주장은 옳지 않다. 이는 늘어나는 환자를 의도적으로 제한, 배짱진료를 하겠다는 뜻으로 이해되기 때문이다. 몇 몇 대형병원을 제외하고 실질적으로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대부분 병의원의 경우 비싼 수가를 받아도 진료시간을 제한하지도 않을 것이다. 결국 진료수가만을 올리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가 9일 한 국제심포지엄에서 발표한 내용을 보면 지난 2008~2011년 4년동안 의료수가 인상률을 정밀분석한 결과 지금까지 알려진 연평균 2%보다 훨씬 높은 4.3%였다고 한다. 이기간 연평균 물가상승률 3%선보다 높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의협은 대정부 강경투쟁에 앞서 정부가 왜 이러한 조치들을 취해야 했는지 역지사지의 자세로 테이블에 마주앉아 대화를 나눠야 한다.

건보재정 악화 원인이 상당 부분 과다한 리베이트와 과잉진료에 원인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과다한 리베이트는 곧 의사들 처방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의협이 이를 인정하지 않고 일방적 강경투쟁과 떼법으로 정부를 굴복시키려 한다면 강경투쟁은 의료수혜자들인 국민 호응을 얻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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