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소비자뉴스=편집국] 지난 추석전날 오후 귀성길 차량이 밀리기 시작할 즈음, 고인이 되어버린 이모씨의 남편이 전화를 걸어왔다. 진행 상황이 궁금하다고 전화를 했으나 명절전이서 그럴까 수화기 너머에서 들리는 나지막하고 담담한 목소리가 참 쓸쓸하게 느껴졌다.

50세의 이모씨는 건강검진 목적으로 1년 간격으로 2차례 유방촬영술 검사를 받았다. 두 번 모두 정상으로 통보를 받았으나 약 5개월 뒤 유방에 멍울이 만져져서 다시 검사를 받은 결과, 유방암이 간과 뼈로 전이된 상태로 진단이 되었고 항암치료를 받았으나 약 9개월 뒤 결국 사망하였다.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 되었는지 따져 볼 사이도 없이 그렇게 갑자기 아내는 떠났다.

유방의 대표적인 검사로는 유방촬영술과 유방초음파 검사가 있다. 그 중에서도 유방촬영술은 유방초음파 검사에서 발견이 어려운 미세석회화 등의 조기암 병변 발견 및 촉지 되지 않는 유방암 발견에 가장 예민한 검사로 알려져 있고 비용도 저렴하여 국가암검진 사업의 유방암 조기발견을 위한 검사 항목으로 지정되어 있다.

그러나 유방촬영검사가 특정 조건의 사람들에게는 민감도가 떨어지는 한계점을 가지고 있어 주의가 필요한데 바로 치밀유방을 가진 여성들이다.

이모씨의 유방촬영술 검사자료를 판독해 본 결과, 환자는 치밀유방이었다. 치밀유방은 유선실질이 지방에 비해 더 많은 상태를 말하는데 유선조직이 방사선상 하얗게 보이기 때문에 치밀유방의 경우에는 유선조직 안에 있는 병변을 발견하기가 어렵다.

이모씨의 유방촬영 검사 판독소견은 뚜렷한 미세석회화 병변은 보이지 않았으나 치밀유방의 방사선 검사소견 특성상 종괴성 병변 유무를 확인하는 것도 어렵다고 판단되어 BI-RADS(Breast Imaging and Reporting Date System) 분류상 Category 0(incomplete, 평가유보)에 해당한다는 판독소견이 나왔다.

BI-RADS 분류법은 미국방사선의학회(American College of Radiology)에서 발표한 유방영상보고자료체계로 현재 전 세계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분류법이다. Category 0은 평가유보로서 영상이 제대로 보이지 않거나 전체부분을 확인하지 못해 확실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로 재검사가 필요한 경우를 말하며, Category 1은 정상 즉, 병변이 확인되지 않은 경우를 말한다.

해당병원에서는 미세석회화 병변이 보이지 않았으므로 ‘정상’으로 통보를 하였고, 이는 보건복지부 및 국립암센터의 건강검진 유방암 판정구분 기준에 따른 것이므로 문제가 없다고 주장을 하고 있다.

그 근거로 보건복지부의 유방암 판정구분 자료를 제출하였는데 자료에 따르면 판정구분은 정상, 양성질환, 유방암 의심, 판정유보로 나누어져 있고 유방실질 분포량 즉, 치밀유방 여부는 ‘판독소견’ 또는 ‘판정구분’에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다른 유방암 또는 병변을 의심할 만한 소견이 없는 경우에는 ‘유방암 의심’ 또는 ‘판정유보’를 해서는 안 된다고 기재되어 있었다.

문제는 우리나라 여성의 경우에는 치밀유방이 많다는 것이고, 치밀유방의 유방촬영술 검사상 한계 때문에 진료가 시행되는 임상에는 유방초음파 검사를 병행하도록 권고하고 있다는 점이다.

성균관의대 강북삼성병원은 2011. 3. 보도자료를 통해 우리나라 40대 여성의 절반 가까이가 치밀유방으로 알려져 있고, 유방촬영술을 받은 여성 4만200명을 분석한 결과, 42.2%가 치밀유방 이었다고 보고하기도 하였다.

환자의 건강검진 결과통보서에는 정상이라는 기재만 있을 뿐 환자가 치밀유방 이라는 점은 기재되어 있지 않은 상태였고, 치밀유방 환자에 있어서 유방촬영술 검사가 가지는 한계점에 대한 언급도 전혀 없었다.

병원 측은 당시 이러한 점을 구두로 설명을 하고 유방초음파 검사를 별도로 받아 볼 것을 권유하였다고 하나 환자는 이미 사망한 상태로 확인할 방법은 없다. 유방암 검사를 받았고, 정상이라고 통보를 받았으니 환자는 마음 놓고 지내고 있었으리라.

유방암은 국내 여성암 중 발생률 1위에 해당하고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건강검진을 통해 조기 발견률이 늘어난 것도 사실이나 제2 제3의 유사 사례가 발생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치밀유방 여성들에 있어서 유방촬영술 검사가 가지는 한계에 대한 설명이 반드시 이루어지도록 제도적인 지침이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한국소비자원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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