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소비자뉴스=편집국] 허리가 굽은 환자가 들어와 앉기도 전에 늘 되풀이되는 “어디가 불편하셔서 오셨나요?”라는 물음에 “아이유~~” 한숨을 몰아쉬고 천천히 말한다. “아이고~~ 안 아픈 데가 있는가. 이쪽부터 시작해서 다리 끝꺼정 쭉~~” 의사가 듣고 있는지는 별로 상관하지 않는 말투다.

“그래서 어디가 제일 불편하신데요?” 메아리처럼 되돌아오는 답변은 “아침에는 어깨가 아팠는디 오다봉께 무릎이 시원찬혀~” “아~ 무릎이 아프신 거네요. 어느 쪽이 불편하신가요?” “이쪽이 워낙에 안 좋았는데 요즘 반대편이 어째 더 아픈 거 같네~”

동문서답에 이어 진료가 시작된다. “어떻게 할 때 아프세요?” “일어나면 결리고 아무튼 운신을 할 수가 없네.” 환자가 들어와 어디가 아픈지 물어보는데 1분 30초 걸린다.

“일단 침대 위에 누워보세요” 무릎을 만져보는데 1분 30초. “무릎의 연골이 안 좋으셔서 그러시네요.” “뭐라고? 연골?” “무릎에는 관절연골과 반월상 연골판이 있는데요……(중략)…… 연골이 닳아서 아프신 거네요. 그래서 허리도 아프시고~” “아이고…… 애들 공부시킨다고 좌판에 쪼그려 앉아 장사를 했더니……” 장사한 이야기가 1분 더 이어진다.

“그래서 어째?” “제가 보니 워낙 연골이 많이 닳아 손을 봐야 할 거 같은데……” “그럼 수술해야 하는가?” “예, 이런 경우에는 관절경 수술……(중략)…… 심하면 인공 관절 수술을 해야 합니다.” “아이고~ 먹고 살기 바쁜데 약이나 주소!”

종합병원의 환자 1명당 평균 진료 시간이 3분이 채 안 된다고 불만이 많다. 특히 암환자의 경우 7.1분으로 질병 진료뿐 아니라 지지진료(supportive careㆍ질병에 국한되지 않고 환자의 사회적 여건이나 환경적 여건을 고려하는 진료행위)가 중시되는 시점에서 적어도 환자 1명당 10분의 진료 시간이 필요하다.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3시간 진료한다고 가정하면 18명이 적정 진료 인원이다. 우리나라 종합병원의 현실에서는 평균 40~50명에 육박하고 있으니 지지진료를 기대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버겁다.

이러한 사회적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여러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병원의 쏠림 현상과 낮은 의료 수가 등으로 만족시키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진료 시간을 바탕으로 진료비가 계산되는 외국의 경우나 외국인 환자를 진료하는 국제진료센터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외국은 간단한 인사에 이어 육하원칙에 따라 문진이 시작된다. “사흘 전에 등산을 하던 중 발목이 이렇게 꺾이면서 통증이 발생했어요. 동작을 이렇게 하는 경우에는 통증이 없지만 이러한 동작하면 통증이 발생합니다. 그래서 ○○약을 복용했는데 증상이 좋아지지 않네요.” 그러면 의사는 바로 아픈 부위를 만져보고 필요한 검사를 실시한다.

환자가 병원에 가는 이유는 질병을 정확하게 진료하고 치료를 받기 위해서다. 진료가 효과적으로 이뤄지려면 먼저 환자가 의사에게 질병에 대한 정보를 바르게 전달해야 한다. 소통이 바로 되지 않으면 의사는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 추가 질문을 하고 답변이 지속됨으로써 진료 시간이 지연된다.

병원에 가기 전에 환자가 자신의 증상을 정리해 두면 정확한 정보를 의사에게 전달할 수 있다. 올바른 소통은 더 나은 양질의 진료로 환자 자신에게 돌아간다. 나를 위한 바른 진료와 빠른 치유를 위해서도 의사 소통이 필수다. <국립경찰병원 정형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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