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로 발생하는 가짜환자인 소위 나이롱환자를 줄이기 위해 7월부터 자동차보험 진료비 심사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맡기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지금까지 자보진료비 심사는 14개 보험회사와 6개 공제조합이 맡아왔었다. 이같은 조치는 보험회사별로 심사기준이 서로 다르고 객관성도 떨어져 이에 따라 진료비 분쟁이 끊이지 않아 취해진 것이다. 또 보험회사의 진료비 증가 원인으로 지적돼 왔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국가기관인 심평원이 맡아 진료비 심사기준을 통일하고 나이롱환자를 줄일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나이롱환자로 보험회사의 보험금이 줄줄이 샌다는 말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아주 가벼운 교통사고의 피해자가 아프지도 않은데 아픈 척하고, 경상을 중상으로, 하루 입원으로 끝날 일을 일주일 장기입원으로 조작하는 등 보험금을 노리는 사기행위가 연례행사처럼 언론에 보도돼 왔다.

이는 병원과 환자, 사고차량 정비업체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병원은 응급성 등 여러 가지 이유로 같은 병, 같은 치료방법인 데도 자동차보험이 건강보험보다 진료수가가 1.5배나 높기 때문에 과잉진료의 유혹에 쉽게 빠질 수 있다. 환자는 놀면서도 더 많은 보험금과 입원 및 휴업급여를 받을 수 있어 스스로 나이롱환자를 자처하며 필요없는 입원을 하기도 한다. 사고차량 정비업체도 더 많은 정비료를 받아내기 위해 멀쩡한 부품을 새 부품으로 바꾸는 일이 있다.

우리나라 자동차사고 피해자 입원율은 60.6%(금융위원회 2008년 통계)나 된다. 일본의 같은해 6.4%에 비하면 거의 10배나 많다. 목디스크나 관절손상 환자의 입원율은 건강보험보다 33배나 높다. 보험연구원은 지난 2008년 기준 국내 보험사기 규모가 1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모두 나이롱환자가 얼마나 많은지 보여준다.

서울대 산학협력단은 지난해 한 보고서를 통해 환자들의 입원기준을 엄격히 할 경우 보험회사들이 지출하는 보험료를 연간 8564억원이나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는 가입자 1인당 연간보험금 69만9000원의 7.6%(5만2431원)를 인하할 수 있는 금액이라고 했다.

나이롱환자는 비단 교통사고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사위와 불륜을 저질렀다고 오해해 한 여대생을 청부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한 중견기업 회장의 부인은 세브란스병원으로부터 허위진단서를 받아 형집행정지처분을 받았다. 이 때문에 세브란스와 담당주치의 사무실이 압수수색을 당했다. 도덕적 해이 현상이 의료현장 곳곳에 만연돼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허위진단서를 작성한 의사에 대해서는 현재 3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1년 이하의 자격정지 처분을 하도록 돼있다. 의료인이 작성하는 증거자료는 전문성과 공신력이 생명이다. 허위진단서는 이를 악용한 고도의 사기행위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처벌만으로는 부족하다. 허위진단서로 발생하는 피해 규모에 따라 처벌도 가중시켜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보다 더 급한 것은 의료인들의 양심 회복이다.

저작권자 © 메디소비자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