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북부지방법원이 한 치과의사의 악안면(턱 얼굴) 영역에서 피부미용 목적으로 실시한 레이저 시술이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아직 상급법원의 판결이 남아있기는 하나 이로써 치과의사의 피부미용시술 합법화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이에 강력 반발하고 나서 의사들의 진료영역 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의협은 즉각 치과의사의 레이저를 이용한 피부치료행위 무죄 판결은 비상식적 비이성적이라고 비판했다. 의협은 또 이는 일반의사들이 치아 임플란트 시술을 해도 무방하다는 이야기냐고 물었다.

의사들의 진료영역 싸움은 새삼스런 일은 아니다. 치과-피부과 외에도 턱뼈 시술을 둘러싼 치과와 성형외과, 한방생약 처방 및 영상진단기기 등 양의 기구나 침 등 한방기구 사용과 관련한 양의사와 한의사 간 다툼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가운데 지난 10여년동안 진료영역을 급격하게 넓혀온 치과의 경우 관련 진료과와 마찰음은 클 수밖에 없었다. 치열교정 시에는 입술 모양이나 턱, 턱교정 시에는 코·이마까지 심미적 부분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 치과의사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대학 교육과정을 보면 치과에서 거의 3분의 1이 심미적 치료에 치중하고 있다. 이에 대한치과심미학회, 대한턱·얼굴미용치료학회, 대한악안면성형재건 외과학회 등 미용 관련 치과학회가 생겨나 치과영역확대와 전문성을 키우고 있다. 치과의 진료영역이 치아 등 입안 부분에서 얼굴 전체로 확대된 것이다.

수년 전부터 시작된 보톡스 치료와 필러성형은 물론 IPL 고주파를 이용한 피부관리, 레이저 치료에서 파생하는 안구치료, 주름제거, 제모까지 진료를 확대하고 있는 것이 오늘날 치과의 현실이다.

이번 레이저를 이용해 피부치료를 한 치과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법원 판결은 이러한 현실의 한 단면을 인정한 것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가 이러한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하고 아무런 대응책이나 법 개정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것은 직무유기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법원 판결에 대해 복지부가 내놓은 반응이라고는 겨우 “(치과의 레이저를 이용한 피부치료가) 구강질환과 연관이 있는지 따져 봐야 한다. 단순 피부미용에 관한 시술은 위법의 소지가 있다”는 것뿐이다.

이처럼 당국이 애매모호한 자세를 취하는 동안 전문과별 진료범위의 벽은 무너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의료사고 증가로 의료소비자인 환자들의 피해가 늘어날 수도 있다. 이러한 현상에 당국이 마냥 손을 놓고 있을 때가 아니다. 전문 진료과별 학술적 접근과 의료현장의 소리를 담을 수 있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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