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의협)가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원격진료 도입 계획에 전면 반대하고 나섰다.

원격진료는 지금처럼 병·의원 등 제한된 공간에서 의사와 환자가 직접 만나 대면진료를 하는 것과 달리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이용해 의사와 환자가 직접 만나지 않고 먼 거리에서 진료하고 처방하는 의료행위다. 지금은 의료법에 의해 대면진료만을 허용하고 있어 정부·여당이 법개정을 하려하자 의협이 반대성명을 발표했다.

의협의 반대 이유는 이렇다. 첫째는 컴퓨터 스마트폰 화상 등 첨단통신기기를 이용한 의료행위 시 사고가 발생할 경우 통신회사와 의사 간 책임한계가 모호하다는 점이다.

둘째는 원격진료 시 환자들의 대형병원 쏠림현상으로 동네병원들은 거의 문을 닫게 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셋째, 환자의 상태는 체온이나 혈압 혈당 맥박 동맥혈산소포화도 심전도 등의 기계에 따른 숫자만으로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촉진과 문진 관찰 등으로 종합적 판단이 필요하다.

이밖에도 한국과 같이 인구밀도가 높아(1㎢당 0.98) 의료기관 접근성이 뛰어난 나라에서는 원격진료의 필요성이 없고 인구밀도 0.1 이하의 땅이 넓은 나라에서 그 필요성이 높다는 것이 의협의 주장이다.

의협의 주장은 일단 모두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의협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의 모든 나라들이 원격진료 도입에 깊은 관심을 갖고 도입을 서두르는 이유가 무엇인지 인식해야 한다. 빠른 고령화에 따른 노령인구증가로 자가 진료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고 의료시설이 없는 농어촌등 의료사각지대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원격진료는 의료인플라가 빈약한 후진국에서는 더욱 필요한 일이다.

이러한 이유로 이미 원격진료 시대는 의협의 주장과는 달리 이미 우리 생활 속에 서서히 자리잡아가고 있음도 알아야 한다. 

강남세브란스의 경우 원격화상진료시스템인 U-헬스케어시스템을 이용한 환자진료 건수가 이미 500건을 넘어섰다. 대부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한국관광공사에 설치된 시스템을 이용해 러시아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기는 하나 지금도 하루 평균 2~3건의 원격진료가 이뤄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법에 묶여 대면진료만을 허용하고 있어 그렇지 건강검진 결과 통보 등은 우편으로 이뤄지고 있고 이를 이메일로 대체하는 곳도 있다. 중증 아닌 경증환자의 경우 이메일 또는 컴퓨터 화상을 통한 예약진료는 지금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특히 혈압 혈당 등 장기진료 환자의 경우 특히 그렇다.

원격진료의 세계 시장 규모는 해마다 평균 18.6%의 고성장을 하고 있다. 이에 따른 통신기술, 의료기기산업, 의료과련 ICT·BT·NT 분야 등 기술 개발에 따른 부수적 효과는 고급 일자리 창출과 국가 미래경제를 이끌 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거시적인 안목에서 의협이 원격진료에 대해 반대만 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의사와 환자, 의료산업계, ICT업계들이 윈윈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저작권자 © 메디소비자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