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의원에서 환자 진료 시 건강보험 가입환자 확인책임 문제를 둘러싸고 전국의사총연합회(전의총)와 건강보험공단등 6개 노조로 구성된 사회보험개혁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가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이는 최동익 민주당 의원이 환자가 건강보험증에 기록된 환자인지 여부를 확인토록 병의원 측에 의무화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 ‘국민건강 보험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하면서 비롯됐다.

사실 지금의 건강보험 진료는 환자가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건강보험증이나 주민등록증 등을 제시하지 않고서도 주민등록번호만으로 어느 병의원에서나 쉽게 진료받을 수 있는 체제다. 환자로서는 이처럼 편리한 제도가 없다. 그러나 이같은 체제는 건강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아 건보자격을 상실한 사람이나 외국인 또는 재외동포등 이 친인척의 건보증이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할 경우 이를 방지할 아무런 방법이 없는 허점이 있다.

이 때문에 지난 2010년부터 2012년 6월까지 2년6개월동안 건보료를 납부하지 않은 외국인이나 재외동포의 건보자격 확인이 지연처리돼 8억2687만원의 요양급여가 부당지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 기간 중 지역건보가입자의 23.3%인 157만가구가 6개월 이상 건보료를 내지 않아 체납보험료가 2조1566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건보료 체납자가 다른 친인척 등의 명의를 빌려 진료받음으로써 지급된 부당요양급여액은 확인조차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어떠한 방법이 됐든 의료기관에 내원한 환자에 대해 건강보험 자격 유무를 확인할 절차는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 건강보험제도가 실시된지 벌써 36년이 지났는 데도 아직도 본인확인절차가 의무화되지 않고 있다는 것은 건보행정의 게으름과 무능을 드러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전의총의 주장대로 환자가 도용한 건보증을 제시할 경우 의사나 간호사가 본인 여부를 확인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것이 사실이다. 또 방문환자 중 건보증과 주민증을 동시에 소지한 사람도 거의 없다. 설사 건보증과 주민증을 제시해도 사진이 낡았다면 본인 여부를 확인할 수도 없다. 그러나 지금처럼 환자의 건보가입증 도용을 속수무책으로 놔둘 수도 없는 일이다. 건보재정의 안정과 건보가입자의 장기적인 건보료부담 억제를 위해서도 건강보험증 도용은 반드시 막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주민등록증에 기록된 지문과 첨단 지문확인시스템을 이용한다면 본인확인작업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동안 IT강국임을 자처하며 이를 활용하지 못한 보건당국의 무능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으로서는 이러한 작업이 많은 시간과 예산이 소요되기 때문에 이를 중장기 계획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그렇더라도 건보증과 본인임을 확인할 수 있는 주민등록증의 소지를 의무화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첨단전자시스템이 구축될 때까지만이라도 의료기관이 환자의 본인여부를 확인하는 일은 불가피한 선택으로 봐야 한다. 보건당국은 건보증의 도용을 막는 종합적 대책을 하루 빨리 강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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