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약가제도 개선안을 마련, 지난주 입법예고함으로써 60일 동안의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쳐 빠르면 내년 1월부터 새로운 약가제도가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마련된 개선안은 두가지다. 하나는 의약품의 사용량 증감에 따라 약가를 조정하는 ‘사용량 약가 연동제’이고 또 하나는 사전 약가인하 제도다.

사용량 약가 연동제는 연간보험급여 청구실적이 전년보다 10% 이상(종전 60%이상) 또는 절대 청구금액이 50억원 이상 증가하면 약가인하 대상품목에 포함시켜 가격을 내리도록 한다는 것이다.

사전약가인하제도는 의약품의 사용범위가 확대돼 청구금액이 3억원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의약품에 대해 미리 5% 범위 내에서 가격을 사전에 인하토록 한다는 것이다.

복지부의 이같은 방침은 무리한 의료복지공약을 지키기 위한 건강보험재원 확보 방안인 듯하다. 이같은 계획은 매출액이 증가할수록 가격인하 요인도 그만큼 늘어나기 때문에 논리적으로는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특히 우리나라의 건보재정 지출에서 차지하는 의약품비 비중은 26.5%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평균 17.6%보다 높다.

그러나 이처럼 급격한 약가인하 계획은 제약계의 숨통을 찌르는 비수가 될지도 모른다. 그렇지 않아도 제약계는 지난해 4월 약가일괄인하 조치로 무려 14%나 약값을 내렸다. 이 때만 해도 강제적인 약가인하로 모든 제약계가 실신 상태에 빠지고 인력감축 등 구조조정 회오리에 휘말리는 시련을 겪었다. 그런데 이처럼 숨돌릴 틈없이 약가인하 대상을 강화하는 것은 제약업을 포기하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강제적인 약가인하는 또 동기유발에 따른 창의성과 자율성 고취라는 자본주의의 기본적 시장 정신에도 위배된다. 제품이 많이 팔려도 이익이 별로 나지 않고 돈이 되지 않는데 누가 신약을 개발하고 효율성 높은 의약품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개발에 투자하겠는가.

특히 사전 약가인하 제도의 경우 생산된 의약품의 매출 전망을 토대로 미리 약값을 내린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예컨대 이미 판매되고 있는 두통약이 임상 결과 추가로 근육통 치료 효과가 있다고 인정받으면 판매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미리 약값을 내리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제약사들이 연구비를 들여 추가효능을 인정받는다 해도 별 실익이 없을 것이다. 그러니 어느 제약사가 연구비 투자를 하겠는가.

비단 제약사뿐 아니라 모든 기업이 그렇다. 기업이 발전하고 일자리를 늘리려면 우선 기업이 신바람이 나야 한다. 신바람의 근원지는 이익이다. 이익이 나지 않으면 투자가 일어날 수 없다. 따라서 복지부의 약가제도 개선안은 제약계의 신약개발 의지와 투자의욕을 꺾지 않는 범위내에서 반드시 재조정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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