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있었던 동아제약의 리베이트 사건에 대한 서울중앙지법의 판결은 쌍벌제 도입 이후 첫 법원의 재판이라는 점에서 전 의료계와 제약계의 지대한 관심을 끌었다.

40여억원에 이르는 리베이트 제공 사건에 대한 재판에서 법원은 동아제약에 벌금 3000만원, 영업사원 등 회사 측 관련자에게 각각 1년 이상의 징역형에 집행유예를,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 18명 전원에게는 벌금 800만~3500만원에 4~12개월의 면허정지처분등 전원 유죄판결을 했다.

서울중앙지법은 판결문에서 “의사들이 제약회사의 동영상 강의자료 제작에 참여하고 강의료를 받은 것이 리베이트인줄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자료 제작에 회사 측 영업사원이 참여했고 제약회사가 생산한 의약품의 처방량을 늘리기 위한 목적으로 동영상 제작과 설문조사를 실시한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의협과 개원의 단체인 대한의원협회 등은 “의사들은 단지 동아제약의 회유와 기망에 의해 동영상을 제작했을 뿐인데 의사들이 사망선고와 다름없는 면허정지 처분을 받았다”며 동아제약에 대한 불매운동을 본격화할 것을 예고했다. 합법적으로 대가를 받은 것이 유죄 판결로 범죄자로 몰렸다는 주장이다.

의사들의 입장에서는 절차상 잘못이 없고 동영상 제작 참여의 대가로 금품을 받았기 때문에 이러한 유죄판결이 억울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법원이 동영상 제작이나 설문조사에 영업사원이 깊이 관여했고, 특정의약품의 판매량을 늘리기 위한 처방량 증대에 목적이 있다는 점을 인정한 사실에 의협이나 의원협회는 주목해야 한다.

이번 유죄판결을 받은 의사들도 이러한 사정을 몰랐다고 단언할 수 없을 것이다. 과거부터 많은 의사들이 제약회사들의 의뢰를 받고 각종 판촉행사에 참여해 의료시설 설치나 세미나 참가비·휴가비 등 명목으로 금품을 받는 일이 관행으로 돼있던 것은 알려진 비밀이었기 때문이다.

의사단체가 주장하는 것처럼 리베이트의 근본적 문제가 잘못된 약가결정구조, 높은 이윤이 보장된 복제약판매 중심인 제약사들의 과열 판매경쟁, 제약사의 구조적 기업부실등에 있다는 것도 인정된다. 이러한 점에서 해당 제약사에 대한 벌금형이 너무 가볍다는 의사단체들의 불만은 충분히 이해된다. 또 앞으로 있을 쌍벌제 도입에 관한 의협의 헌법소원 제기에 관심이 큰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의사단체들은 쌍벌제 도입 이후 지금까지 리베이트 척결을 위해 노력한다는 말만 해왔지 구체적으로 어떤 자정노력을 했고 성과를 거뒀는지 보여주지 못했다. 자신들은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 아무일도 하지 않으면서 정부와 제약사등 남의 탓만 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의협과 의원협회가 동아제약을 상대로 감정적으로 대응해 불매운동을 하거나 “응분의 대가를 치루도록 하겠다”고 협박하는 것은 비겁한 일이다. 잘못의 책임을 함께 나누기보다 동아제약에 분풀이 하자는 의도로 밖에 안보여 누구로부터도 지지받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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