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지금까지 시행을 일시 중단했던 약가제도인 ‘시장형 실거래가 제도’를 내년 2월부터 다시 실시할 것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제약계가 크게 반발하는 등 파장이 일고 있다. 제약협회는 지난주 시장형 실거래가제도가 실시돼서는 안되는 이유를 8가지로 요약한 반대건의문을 복지부에 전달했다.

시장형 실거래가제는 의료기관이 의약품을 싼값에 구매할 경우 보험상한가격과 구입가격의 차액 중 70%를 보험재정에서 해당의료기관에 인센티브로 제공하는 것이다. 복지부는 의약품가격 인하를 유도하기 위해 이 제도를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3월까지 시행했었다. 그러다 2012년 4월 약가일괄인하를 실시함에 따라 2014년 1월까지 잠시 시장형 실거래가제 시행을 유보했다. 복지부는 유보기간이 끝남에 따라 시장형 실거래가제를 재실시할 것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이다.

복지부는 이 제도 실시를 통해 연간 3~5%씩, 연평균 6500억원 정도의 약값을 내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당초 약값인하를 유도해 보험재정에서 의약품가격 지출 비중을 낮추려 했던 이 제도의 효과는 당초 기대와 달리 실시 첫해에 빗나갔다.

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10년 10월~2011년 9월까지 1년동안 의료기관의 의약품 구입 할인율은 평균 2.9%에 불과했다. 그것도 45개 상급종합병원(8.3%)과 240여개 종합병원(11.3%)만 기대치를 웃돌았을뿐 나머지 동네의원이나 약국등은 할인율이 1%에도 미치지 않았다. 제약계에 따르면 대형종합병원들의 할인율도 납품계약 서류상으로만 그렇지 이를 전적으로 믿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2010년 10월~2012년 1월까지 14개월동안 건보재정에서 의료기관에 제공된 인센티브 제공액 1966억원 중 91.7%인 1803억원이 대형병원의 배를 불리는 데 사용됐다.

이 제도 실시 전보다 건보재정에서 약값지출액이 오히려 722억원 더 늘었다. 시장형 실거래가제도가 건보재정 지출을 줄이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은 것이다. 이는 1차의료기관 활성화라는 정부정책과도 배치되는 것이다.

제약업계는 특히 지난해 일괄인하 조치로 1조7000여억원, 기등재 목록정비로 7800억원 등 2조4800억원의 건보재정 지출이 줄었다고 주장했다. 시장형 실거래가로 5년동안 거둘 것으로 전망한 건보재정 관리목표를 이미 거뒀다는 이야기다. 사정이 이런 데도 시장형 실거래가제를 다시 부활한다면 이는 대형병원들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제약계를 괴롭히는 규제책이 될 것이 뻔하다.

따라서 의약품의 시장형 실거래가제는 폐지하는 것이 옳다. 중앙부처나 지자체의 공무원 숫자가 늘어나면 할 일을 만드느라 여건과 상황변화를 감안하지 않고 새로운 제도를 만들고 묵은 제도를 다시 꺼내는등 무엇인가 일을 꾸미는 것이 공무원 사회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시장형 실거래가제가 이러한 의도에서 꾸며지는 정책이 아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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