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표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 지명은 진영 전 장관이 이루지 못한 기초연금제도를 마무리하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뜻이 실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진 전장관은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해서는 안된다”는 이유로 사퇴했다. 이에 비해 문 후보자는 평소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을 반드시 연계해야 한다는 것이 소신이었다. 이는 박 대통령의 뜻과도 부합된다.

문 후보자도 “현행 국민연금제도는 낸 돈보다 받는 돈이 많은 구조로 돼있다. 나이 많아서 연금에 가입하지 못한 사람은 이런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사회적 형평성 차원에서 기초연금과 연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따라서 문 후보자 지명으로 이미 발표된 기초연금제도는 부분 수정을 거쳐 정부정책으로 굳혀지게 됐다.

문 후보자는 연금문제로 박사학위를 받은 이 분야의 전문가로 꼽히고 있다. 1998년 청와대 사회복지 행정관 시절 기초연금 도입방안 연구에 참여했다. 그 후 2004년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시절 연금특별TF팀에서 일했고 지난해 대선때는 연금정책 입안의 멤버이기도 했다. 지금까지 KDI 선임연구원으로 있으면서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개혁을 주장해왔다. 연금을 논할 때 그를 빼놓고 말 할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그러나 새로운 연금제도와 건강보험제도 등 복지정책이 문 후보자의 구상대로 그림이 그려질 지에 대해서는 여권과 심지어 복지부 내에서 조차 많은 의문을 갖고 있다. 연금 등 복지제도가 약자보호와 형평성중 어느 것이 우선인지부터 논란은 아직 사그라들지 않았다. 또 복지문제는 반드시 소요재원의 조달문제와 충돌하게 마련이다.

복지 재원을 마련하려면 세금을 올리든지 아니면 빚(국채발행)을 내는 방법 밖에 없다. 그런데 현 정부는 대선공약 작성때부터 굳이 증세없는 복지확대를 주장해 왔다.

집권층은 이를 위해 지하경제 양성화와 기업의 불공정거래 해소를 통해 재원을 마련하려 했다. 이에 따라 대·중소기업 가릴 것 없이 세무조사가 강화됐다. 이같은 방법은 이미 한계를 드러냈다. 지하경제는 꽁꽁 숨어버렸고 불공정거래 해소를 위한 기업비리 조사는 투자위축을 초래했다. 경제에 주름살을 가져왔다. 빚을 내는 것도 한계에 이르렀다.

국가채무가 내년이면 515조에 이를 전망이고 공기업까지 합하면 한해 예산의 3배나 되는 1000조를 육박한다. 따라서 문 후보자는 이같은 어려움을 극복, 연금문제를 둘러싼 갈등을 해소하고 개혁해야 하는 책무가 있다.

문 후보자가 해결할 과제는 이뿐 아니다. 의료 및 제약산업의 글로벌화를 위한 육성도 시급한 일이다. 당장 제약계의 초미의 관심사인 시장형 실거래가 상환제의 재실시 또는 폐기 등 약가제도 개편안도 결정해야 한다. 의료계와 마찰을 빚고 있는 영리병원 설립 여부도 관심이다. 의약계는 벌써부터 미래의 먹거리인 의료·제약산업이 복지정책의 그늘에 가려 후순위 정책으로 밀려날 것을 우려해 문 후보자 지명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밖에도 학자·연구원 출신으로서 드센 공무원 조직을 장악할 수 있을지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언제부터인지 중앙부처 내에 공무원들의 정부정책에 대한 냉소적 태도, 상사의 지시에 대한 비아냥 분위기가 만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이 문 장관에게 주어진 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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