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장 심각한 소비자이슈가 뭐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주저 없이 어린이의 성인병과 만성 질환 문제라고 말한다.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소비자이슈다.

최근 어린이들이 성인병으로 신음하고 있다는 사실이 속속 보고되고 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초중고생들의 성인병 환자수 증가 문제가 지적되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자료에 따르면 매년 평균 4만7000여명, 5년간 총 21만명의 초중고생들이 성인병을 앓고 있다고 한다.

성인병 중에서도 심장질환이 가장 많고, 당뇨, 고지혈증, 고혈압 순이었다. 끔찍한 수치다. 이를 치료하기 위해 매년 평균 126억원이 지출되고 있다고 한다.

끔찍한 사실은 더 있다. 6세에서 13세 비만어린이 80명을 대상으로 간조직 검사를 해보니 80명 모두 지방간이 있었고, 3분의 2 이상이 간 조직이 딱딱해지는 섬유화가 진행되었다고 한다.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서정기 교수팀이 조사한 결과다.

비만은 질병이다. 단순한 질병도 아니고 다른 질병의 근거가 되는 ‘모태질병’이다. 성인병은 평생 고생할 수 있는 만성질환이다. 왜 우리 어린이들이 비만과 성인병에 걸릴까? 여러 원인들이 있지만 최근 전 세계는 당, 지방, 나트륨 많은 식품, 고열량 저영양 가공식품의 지나친 섭취에 주목한다. 좋지 않은 식품 섭취로 인해 세계 곳곳의 어린이들이 줄줄이 질병을 앓고 있는 것이다.

전세계 120여개국 240여개 소비자단체들의 연합체인 국제소비자기구는 2008년부터 세계보건기구(WHO)에 어린이식품 마케팅 국제규약(Recommendations for an International Code on Marketing of Foods and Non-Alcoholic Beverages to Children) 제정을 촉구해왔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지방, 설탕, 나트륨 많은 식품(foods high in sugar, fat and / or salt)’ 마케팅을 제한하자는 내용이다. 어렸을 때부터 탄산음료나 패스트푸드 등의 가공식품 광고에 노출되다 보니, 국제소비자기구 표현을 빌자면, 이른바 정크푸드세대(The Junk Food Generation)가 만들어졌다.

지나친 마케팅의 결과가 정크푸드세대(The Junk Generation)의 탄생과 동시에 평생 약을 안고 살아야 하는 조기 만성질환자의 양산으로 나타난 것이다. 세계보건기구도 어린이식품 마케팅 제한에 대한 권고안을 내놓았다. 국가별 움직임도 활발하다. 북유럽국가들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을 제한하는 법을 제정하고 연령별 장소별 판매 제한을 하고 있다.

어렸을 때 무엇을 먹는지 어떤 맛에 익숙해지는지가 평생 식습관을 좌우하고 평생 건강을 결정짓는다. 우리의 미래는 어린이들이 무얼 먹고 성장하는가에 달려 있게 되었다.

당, 지방, 나트륨 높은 식품, 고열량 저영양 가공식품 마케팅과의 전쟁에 국민건강을 보호할 책무를 지닌 정부가 주저 없이 나설 때가 되었다. <식품안전정보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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