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재정이 올해도 2조8000억원 흑자를 기록할 전망이라고 한다. 2011년 6008억원, 2012년 3조157억원에 이어 3년연속 흑자행진이다. 건강보험적립금은 8조원에 이른다. 2년 전 연초에 “이대로 가면 2015년 건보적자가 5조8000억원에 이를 것”이라던 우려가 말끔히 사라졌다.

건보공단 측은 흑자 원인을 ①지난해 4월의 약가 14% 일괄인하조치 ②황사 및 신종플루 등 환자 대량발생 원인의 미발생 ③경기 침체에 따른 환자들의 병·의원, 약국 이용 감소 등으로 분석했다. 공단 측은 그러면서도 보험료 징수율을 높이고 건보 지출을 줄이는 등 보험재정관리를 철저히 한 결과라는 자화자찬을 빼놓지 않았다.

그러나 이러한 공단 측의 자랑은 자영업자들의 체납액이 매년 증가, 현재 2조2000억원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그리 자랑할 일은 아니다. 보건사회연구원은 올해 흑자액 중 지난해 약가인하 조치에 따른 효과가 60.7%인 1조7000억원으로 추정했다.

반면 제약계는 약가인하 영향으로 2조원 이상의 매출이 줄었다고 주장했다. 어쨌든 약값을 깎아 보험급여를 줄인 것이 건보 흑자의 거의 절대적 원인이었다. 그만큼 제약계가 손실을 입었다는 뜻이다.

지난해 약가인하 조치는 강제적 전방위적으로 실시됐다. 보험이 적용되는 의약품의 거의 절반인 6000개 품목의 약값을 한꺼번에 14%나 깎고 기존 보험등재 약품의 재정비를 통해 상당 품목에 대해 보험적용을 제외해 환자부담을 늘렸다. 사용량이 갑자기 늘어난 품목에 대해서는 가격을 10%나 추가로 깎는 이른바 ‘사용량 약가 연동제’를 실시, 약값의 상시 인하 시스템을 실시했다.

그야말로 제약사를 쥐어짜는 강제조치였다. 건보흑자는 이래서 가능했던 것이다. 여기에 2009년 신종플루, 2010년 장기(연중 15일) 황사 발생에 따른 연 1조~3조원의 지출 증가 요인이 최근 3년간 발생하지 않은 것도 큰 도움이 됐다.

문제는 이러한 당국의 강제적인 약가인하 조치가 제약산업의 여력을 빼앗아 연구 및 개발과 신사업에 대한 투자의 발목을 잡는다는 것이다. 매출과 수익이 줄어드니 사업의욕도 생길 리 없다. 제약산업 부문의 창조경제 실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의료계도 낮은 수가로 불만투성이다. 대형병원의 경우 보험수가가 낮아 병실료(상급), 선택진료비 등 비급여 항목의 가격을 올리고 편의점이나 장례식 등의 운영 및 임대 등 부대사업으로 수지를 맞추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가운데 정부는 건보 흑자 재원을 4대중증질환 보장재원으로 쓸 계획이라고 한다. 복지정책은 한 번 시행하면 중도에 다시 거둘 수 없는 것이다. 이는 언젠가 건보료 인상으로 국민에게 부담으로 돌아온다. 건보 흑자 재원의 관리에 진지한 연구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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