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표 보건복지부장관이 의약품 시장형 실거래가제 재시행에 대한 제약계의 반발에 대해 “여러 차례 검토했으나 시행을 유예하거나 폐지할만큼 문제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 이는 유일한 약가 상시조절기전으로 작용한다. 기본적으로 포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문 장관은 지난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문 장관의 발언은 제약 관련 6개 단체가 전날 시장형 실거래가제 시행을 폐지토록 요구한 공동성명발표에 대한 응답이라 할 수 있다. 한마디로 시장형 실거래가제 재시행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는 뜻이다. 의약품 시장형 실거래가제는 병의원과 약국이 제약사로부터 의약품을 정부 고시가격(상한가)보다 싼 가격으로 구입하면 그 차액의 70%를 건강보험재정에서 인센티브로 지원해주는 제도다. 2010년 10월부터 2012년 2월까지 시행하다 의약품가격 일괄인하조치로 그동안 시행을 유보해 왔었다.

말하자면 제약사의 이윤 중 일부를 병의원에 줘서라도 보험재정지출 가운데 가장 큰 몫을 차지하고 있는 의약품 대금 지출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특히 복지부는 이 제도를 다시 시행해도 제약사들이 여전히 이윤이 남는다고 판단하고 있다. 약가를 내리면 제약사들이 다 죽는다고 하지만 막상 실적을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이 당국의 생각이다. 이러한 당국의 판단은 지금도 제약사들의 리베이트 제공 사례가 계속 적발되고 있는 것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복지부는 최근 일련의 약가정책으로 환경이 달라졌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우선 과거 실거래가제 시행으로 건보재정의 약값 지출을 줄였다는 효과를 입증할 수 없다. 국회 복지위 김성주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과거 이 제도를 시행한 16개월 동안 건보재정에서 지출된 인센티브 금액은 2339억원이었다. 대신 약값 인하에 따른 건보재정 지출 감소액은 700억~1800억원에 그쳤다. 오히려 500억원 이상 건보재정 손실을 초래했다.

이뿐 아니다. 인센티브 제공액 가운데 91.9%가 종합병원과 대학병원 등 대형병원에 지급한 것이다. 제약사가 취할 이윤을 대형병원이 차지한 것이다. 대형병원들은 약값을 깎아 싸게 구입하고 건보공단으로부터 인센티브도 받아 꿩먹고 알까지 취한 격이다.

또 지난해 약가일괄인하 조치로 제약계는 지금까지 1조7000억원, 기등재목록정비로 8000여억원 등 모두 2조5000억원 정도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 시행된 조치로 그만큼 건보재정 지출을 줄였고 앞으로도 지출감축효과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이밖에도 사용량-약가연동인하제도 등 시장경제 논리에 반해 시행중인 약가인하제도까지 있다.

여기에 실거래가제까지 다시 시행한다면 제약계는 도산하라는 말 밖에 안된다는 것이 제약계의 주장이다. 기업을 쥐어 짜더라도 경영의욕까지 꺾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다. 제약사의 연구개발사업은 대부분 5년이상의 장기사업이다. 이러한 제약산업을 지원하지는 못할망정 되려 투자를 위축시키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처럼 제도의 재시행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그 전보다 많지 않고 부작용이 크다면 제약계 주장을 받아들여 재시행을 미루거나 폐지해야 마땅하다. 당시 상항이 달라졌으면 재시행하는 문제를 다시 검토하는 것은 상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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