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27일 열린 경제장관회의에서 "내년에는 보건의료 서비스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규제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014년 경제정책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이날 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내수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민간이 주도하는 경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보건의료 분야를 비롯해 교육 관광 금융 소프트웨어 등 5대 융합서비스산업을 육성하고 제도 개선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박 대통령의 말은 어둠의 긴 터널 속에 갇힌 의약계에 한 가닥 희망을 준다. 특히 터널 밖의 환경도 지금 짙은 먹구름에 가려져 있고 이는 새해에도 거의 걷힐 가능성이 없어 더욱 그렇다.

당장 새해부터 시행되는 시장형 실거래가제가 제약계의 목을 조르고 있다. 의약품을 싸게 구입하는 병의원에 대해 차액의 70%를 인센티브로 제공하는 실거래가제의 파급력이 어떻게 나타날지 몰라 아직도 새해 사업계획과 예산을 짜지 못한 제약사들이 수두룩하다. 이 제도를 처음 시행했던 2010년 이후 16개월동안 대형병원들이 인센티브로 재미를 본 사실을 확인한 중소병원들까지 새해부터 대거 실거래가제 시행에 참여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제약계를 향한 약가인하 폭탄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기등재약 목록정비에 이어 사용량이 증가하면 추가로 약가를 인하하는 약가연동제가 그것이다. 제약계가 손을 놓고 무기력증에 빠진 것이 무리가 아니다. 이런 환경에서 제약사들이 투자를 하고 일자리를 늘린다는 것은 나무에서 생선을 구하는 일과 같다. 투자는커녕 살아 남기 위한 몸부림이 처절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런 환경에서 박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보건의료 분야가 얼마나 융합서비스업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의료계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만성적인 저수가와 원격의료 허용에 따른 동네병원 경영난 우려, 선택진료제의 폐지, 상급병실료 조정과 2~4인용 입원실의 조정, 리베이트 쌍벌제 강화 등으로 의료환경은 더욱 빡빡해지고 있다. 천연물신약 처방권을 둘러싼 한의계와의 갈등도 아직은 여전하다. 동네약국도 법인약국 설립 허용으로 설 땅이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이러한 정책 방향과 환경에서 박 대통령의 보건의료산업 육성 약속이 어떻게 지켜질지 관심거리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있다. 어떤 경우라도 의약계가 시대 변화에 맞춰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면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의약계가 스스로 고질적인 리베이트와 과잉진료 및 부당청구 등 악습과 고리를 끊지 않으면 의약 분야가 미래산업으로 자리 굳힐 기회는 점점 멀어진다는 사실이다.

2014년은 갑오년(甲午年) 청마(靑馬) 띠의 해다. 말은 역동성과 성공의 상징이다. 청마는 동양에서 성격이 곧고 활달함의 뜻을, 서양에서는 행운을 전해주는 유니콘으로 본다고 했다. 새해가 의약계에 행운을 가져오는 해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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