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약가제도개선협의체가 지난 14일 의료기관의 의약품 구매 시 시장형 실거래가(저가구매 인센티브) 제도를 폐지키로 합의한 것은 제약계는 물론 건강보험재정을 위해서도 아주 현명한 결정이 아닐 수 없다. 건보재정에서 의약품 지출을 줄이기 위해 고시가보다 싼값으로 구매한 의료기관에 대해 차액의 70%를 인센티브로 제공하는 시장형 실거래가제는 이로써 재시행 1개월만에 제약계 주장대로 완전 폐지됐다.

시장형 실거래가제는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2월까지 시행한 후 약가일괄인하 조치로 중단했다가 올 2월 재시행됐다. 그러나 그동안 제약계 및 의약품 유통 환경이 급변함으로써 엄청난 부작용과 혼란을 일으켜 제약계가 재시행에 강력히 반발해 왔다.

당초 시장형 실거래가제는 의료기관의 입찰을 통한 가격 경쟁으로 의약품의 저가구매를 촉진할 목적으로 도입됐었다. 그러나 이 제도의 재시행으로 대형병원들이 제약사에 대해 가격 후려치기를 부추김으로써 제약사의 숨통을 조이게 한 것이다.

어떤 대형병원은 기존 계약을 무시하고 제약사나 도매업체에 대해 가격을 더 깎은 견적서를 요구하는 일도 생겼다. 많은 사립대 병원의 경우 기존 계약을 파기하고 25~50%까지 가격 인하를 요구하면서 이를 들어주지 못한다면 아예 견적서를 내지 말라고 횡포를 부리기도 했다. 제약계가 숨조차 쉴 수도 없을 정도였다.

과거 16개월동안 시행한 결과 분석에서도 의약품 저가 구매의 대가로 지출된 건보급여액 2339억원 중 91.9%(2143억원)이 일부 대형병원에만 집중돼 시장형 실거래가제 시행으로 혜택을 입은 곳은 이들 외에는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보재정 지출 감소액도 불과 700억~1800억원에 그친 것으로 분석돼 건보재정은 오히려 500억원 이상의 손실을 본 것으로 평가됐다. 제약계가 이러한 시장형 실거래가제를 약가일괄인하 조치, 사용량·약가 연동제와 함께 의약품 유통의 3대 폭탄으로 규정한 것도 결코 무리는 아니다.

보건당국은 앞으로 이러한 실거래가제를 폐지하는 대신 약품비를 절감한 의료기관에 대해 별도로 보상하거나, 적정 처방기관에 대해 보상비율을 높여 약품비 지출증가 요인을 억제하는 외래처방 장려금제를 대폭 수정 보완해 실시할 것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보건당국과 보험약가협의체가 제약계 주장을 받아들여 의약품 유통의 혼란을 방지키로 한 것은 아주 잘한 일이다.

당국은 이제 시장의 혼란을 최소화 하기 위해 후속방안을 신속하게 내놔야 한다. 제약계 및 도매업체와 의료기관간 의약품 계약기간 경신이 2~4월에 집중돼 있는 만큼 이 기간 중 서둘러 후속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제약계도 약가관리의 대못이 제거된 만큼 앞으로 R&D 투자 확대를 통한 신약개발과 1000조원에 이르는 글로벌 의약품 시장 진출을 위해 배전의 노력을 기울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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