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유명 성형외과에서 성형수술을 받던 한 지방 여고생이 7시간 만에 뇌사 상태에 빠져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11일에는 이 여고생의 친구 80여명이 병원에 찾아와 책임을 지도록 상경 시위를 벌인 데 이어 한국여성민우회 등 4개 시민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성형 의료사고에 대한 대책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사고의 전말은 이랬다. ‘강원도 삼척의 S고 3년생 J양은 수능시험을 마치고 지난해 12월9일 부모와 함께 서울 신사동의 G성형외과를 찾았다. G성형외과는 지상 15층 지하 6층을 통째로 병원으로 사용하고 있고 유명연예인들이 자주 찾는 곳으로 알려졌다. J양은 간단한 검사를 받고 쌍꺼풀과 코수술을 받았다. 그러나 J양은 수술 시작한지 7시간 만에 온몸이 딱딱하게 굳은 채 119구급차에 실려 인근 서울성모병원으로 옮겨졌다. J양은 지금까지 두 달 이상 뇌사상태에 빠져 있다.’

J양 부모는 의사들이 부분 마취만 한다는 약속과 달리 보호자의 동의없이 전신 마취한 것이 사고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현재 경찰은 이 사건에 대한 원인을 수사 중이다. J양의 의료사고에서 성형의료수술 사고의 몇 가지 심각한 문제점이 드러났다. 가장 큰 문제는 사고 후 책임을 지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점이다. 이 사고도 다른 의료사고가 흔히 그래왔듯 경찰 수사 과정에서 소위 전문가들의 정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사고의 원인 조사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담당의사나 병원에 대해서도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가벼운 처벌만으로 유야무야 될 가능성이 높다. 과거 사례로 볼 때 원인조사를 하는 전문가들이나 조사를 받는 사람 모두 초록동색의 의사이다 보니 사고를 낸 의사에게 유리한 조사 결과를 내놓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사고 원인이 나와야 보상을 할 수 있다는 병원 측의 배짱에도 속수무책이다. G병원 측이 피해자에 대해 소요된 병원비나 물어주겠다고 한 점도 하루 빨리 사태 수습을 끝내고 정상적인 영업을 하겠다는 속셈을 드러낸 것만 봐도 이를 알 수 있다.

원인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유족들은 피를 말리는 고통을 참고 지내야 하고 이에 지쳐 소송 의지도 꺾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도대체 심신이 멀쩡한 사람이 병원에 들어와 중질환이 아닌 단순 성형수술 중 식물인간이 됐는데 무슨 원인조사가 그리 오래 걸린단 말인가.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성형수술피해 상담 건수는 4806건으로 전년보다 28.5%나 증가했다. 부작용피해 구제접수 건수는 71건으로 5년전에 비해 거의 2배나 늘었다. 의료분쟁 중 성형수술이 21.6%로 가장 많다. 그런데도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이를 강건너 불 보듯 하고 있다.

성형수술사고를 ‘여성들의 외모지상주의 탓’으로 돌리고 솜방망이 처벌로 의사나 병원을 감쌀 때가 아니다. 외모지상주의는 여성들뿐 아니라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전문가의 원인 조사가 아니더라도 J양처럼 사고원인이 분명할 때는 담당의사뿐 아니라 병원 측에 대한 처벌도 강력하게 이뤄져야 한다. 피해 보상도 신속해야 한다. 이를 제도적으로 보장할 곳이 복지부다. 시시때때로 발생하는 성형수술사고를 보고서도 복지부가 팔짱을 끼고 있다면 이를 어찌 정부라 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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