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70여개 병원에서 근무하는 전공의들이 10일 집단휴진 파업에 전격 참여함으로써 전국의 의사파업은 예상보다 심각한 국면으로 빠져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공의들은 근무하는 병원의 위계질서 등으로 당초 의료파업에 소극적일 것으로 예상됐었다. 그러나 전공의들은 지난주말 의사협회에서 전국 전공의 대표자회의를 열고 10일 하룻동안의 진료거부와 11~23일의 준법근무투쟁, 24~29일의 응급·중환자 진료거부까지 동참키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동네의원 외에도 전공의들이 근무하는 전국의 병원이 모두 진료 차질 등 혼란을 겪을 것으로 보이고 있다. 이로써 의협은 원격진료와 의료법인의 영리자회사 설립 허용에 반대 투쟁에 동력을 얻게 됐다. 이에 대해 정부는 파업 참가 의사들에 대해 강력한 행정조치와 처벌을 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그러나 의협은 지금쯤 진료 거부라는 파업 투쟁으로 얻을 수 있는 득이 무엇인지 곰곰이 따져봐야 한다. 원격진료와 의료법인의 영리자회사 설립 허용은 반드시 추진해야 할 국가과제로 선정된지 10여년이나 됐다. 의료 분야가 국가 미래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장기목표인 것이다.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양보할 수 없는 국가과제인 것이다.

이런 국가적 가치를 의협이 한치 양보없이 꺾을 수는 없는 일이다. 더구나 이들 국정과제에 대한 의협 회원들의 반대 투쟁이 정치권을 비롯한 모든 사회구성원들로부터 지지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협은 깊이 인식해야 한다.

의협 파업에 지지의 뜻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던 김한길 민주당 대표와 안철수 새정치연합 중앙위원장도 “집단휴진 파업은 자제돼야 한다”고 공식입장을 밝혔다. 같은 보건의료단체인 약사회도 “의료영리화 정책에 반대하는 의협 입장에 뜻을 함께 한다”면서도 “의협의 집단휴진에는 동감할 수 없다”고 했다.

의협 외에 모든 사회단체들이 의협 파업에 대해 반대하는 속셈은 제각각일 수 있다. 그러나 겉으로 내보이는 반대 이유는 같다. “파업의 어떤 명분도 환자의 건강·생명보다 우선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약사회조차도 “국민의 생명을 책임지는 의사들이 도리어 국민생명을 담보로 집단휴진하는 것에 대해서는 동감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약사회는 이에 그치지 않고 의사들의 집단휴진에 대비해 전국 약국의 비상근무 체제 돌입을 선언하고 공공의료기관과 연계해 연장근무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사실상 의사들의 파업은 동네의원과 이제 막 의사생활을 시작한 전공의들 밖에 없는 셈이다. 따라서 의협은 국민 중 누구도 당위성을 인정하지 않는 의료파업을 당장 중지하고 의정협의체 협상테이블에 다시 나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의사들은 지식인으로서 품위와 신뢰도만 상실될 뿐 얻을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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