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다국적제약사인 화이자의 한국법인 한국화이자(대표 이동수)가 비소세포 폐암치료제인 ‘잴코리’의 보험급여 품목등재 심사를 앞두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약제급여평가위원회(급평위) 위원들을 상대로 로비활동을 벌인 사실이 밝혀져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사실은 건강보험가입자포럼, 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경실련등 시민단체의 폭로로 밝혀졌다.

이들 단체에 따르면 화이자는 지난 4일 한 급평위원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사적인 접촉을 시도했다. 문자메시지 내용은 다음과 같다. “팀장님 안녕하십니까. 약제급여 평가위원회에 폐사의 잴코리가 상정될 예정이어서 찾아뵙고 말씀 올리고자 합니다. 바쁘시겠지만 귀한 시간 내어주시면 잠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한국화이자 xxx 올림”

OO 심사위, XX 심의위 등 각종 심사기구의 위원들에게 관련업계의 인사가 ‘찾아뵙겠다’고 하는 이유는 무슨 뜻인지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공개된 설명회도 의심받는 마당에 이처럼 공개되지 않는 사적인 만남의 뒤에는 어떤 음흉한 거래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얼마든지 가능케 한다. 이번 한국화이자의 문자메시지는 바로 이러한 부정거래를 연상케 하기에 충분하다.

현재 급평위 위원은 52명이다. 이 중 심사위원은 회의 14일 전 무작위로 21명을 선정해 구성한다. 위원명단은 비밀에 부쳐지고 안건도 회의 1주일전 본인들에게만 통보되는등 엄격히 운영된다. 혹시 위원과 해당 제약사간 있을지도 모르는 뒷거래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화이자는 평소 제약계에서 도덕성 제일주의를 표방해온 회사다. 그런데 한국화이자의 검은 뒷거래를 의심할 만한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잴코리 200~250mg은 양성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 폐암치료제로 허가받은 약품이다. 그러나 임상적 효과가 우월하지 않고 가격도 한 달 치료비가 1000만원이 넘는 데다 12~13개월을 복용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대비 효과가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급여품목 등재 심사에서 2차례나 탈락했었다. 한국화이자의 이번 도전은 세 번째여서 무리한 부당로비를 시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는 것이다.

한국화이자 측은 이에 대해 실무자 차원에서 객관적 데이터를 설명하는 자리를 가질 예정이었다고 해명하고 있다. 또 특정인물을 타깃으로 삼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각종 데이터에 관한 설명은 이미 심의회에 제출한 모든 자료에 담겨있기 때문에 이처럼 개인적인 만남을 시도할 필요가 있었는지 의문은 계속 남는다.

심평원의 급평위에도 문제가 있다. 어떻게 해서 급평위 심사위원의 명단이 외부에 유출됐는지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 말로만 명단유출이 없었다고 해서 이를 믿을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반드시 자체조사를 통해 업계에 설득력있게 설명해야 한다. 그래도 안된다면 감사원 감사라도 의뢰해야 한다. 조사 결과 명단 유출과 화이자 측의 비윤리적 접촉시도가 밝혀진다면 이에 대해 엄격한 제재가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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