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빠른 항생제내성검사기술이 국내 연구팀에 의해 개발됐다.  3~4시간이면 항생제 내성 유무를 빨리 확인할 수 있어, 슈퍼박테리아 등 세균성 감염 환자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까지 세균성 감염 환자는 내성이 없는 항생제를 처방받기 위해 항생제내성검사를 받았고, 결과 확인까지 보통 16~24시간이 걸렸다.

이때문에 급한 경우 의사들이 경험을 바탕으로 내성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항생제를 투여한 후 검사 결과에 따라 내성이 없는 다른 항생제를 처방해왔으나 이번 새 검사법 개발로 획기적으로 빨리 대처할 수 있게 됐다.

권성훈 서울대 전기공학부 교수, 송상훈ㆍ김의종 서울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 이정찬ㆍ김희찬 서울대병원 의공학과 교수, 이승옥 가톨릭의대 교수, 정용균 벤처기업 퀀타매트릭스  박사 공동연구팀이 세균 세포가 항생제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변하는데 세포 하나하나의 형태 변화를 유형별로 분석하면 항생제 내성 유무를 확인할 수 있는 새로운 검사법을 개발했다.

새 검사법은 3~4시간이면 충분하다. 연구팀은 이를 위해 검사 키트<사진>를 개발했다. 검사 키트는 가로 12.8cm 세로 8.6cm 크기의 특수 화학 처리한 칩이며, 칩에는 96여개의 홈이 있고 각각의 홈은 미세유체로 둘러싸여 있다. 이 미세유체에 환자로부터 채취한 세균 세포와 아가로즈 혼합용액을 함께 투여한다.

홈 속의 아가로즈 용액은 젤처럼 굳어져 세균 세포를 고정시킨다. 이때 각각의 홈에 최대 20가지의 항생제를 투여한 후 현미경 리더시스템으로 세균 세포의 형태 변화를 분석한다.

연구팀은 새 검사법으로 임상적으로 중요한 5개의 균주인 포도상구균, 반코마이신 내성 장알균, 대장균, 폐렴간균, 녹농균을 병원 내 모든 항생제와 반응시켰다.

현미경 분석 결과 내성이 있는 항생제에서는 세균 세포가 분열됐고 내성이 없는 항생제에서는 세균 세포의 모양이 길어지거나 부풀어졌다.

이를 토대로 세균 세포의 형태 변화에 따라 항생제 내성 유무를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예컨대 대장균 환자의 세균 세포를 채취한 뒤 연구팀이 개발한 검사 키트에 아미카신(Amikacin)항생제와 아작탐(Aztreonam)항생제를 반응시킨다. 아미카신에는 세균 세포가 분열됐고, 아작탐에는 세균 세포의 모양이 길어지면, 이 환자는 아작탐을 처방받으면 된다.

연구팀은 검증을 위해 서울대병원, 인천성모병원의 감염성 세균 환자 189명의 임상균주를 채취, 새 검사법(비교군)과 기존 검사법(대조군)으로 검사했다.

검사 결과는 91.5% 일치했다. 미식품의약국(FDA)의 새로운 항생제 검사 권장 성능 기준을 충족시켰다.

연구팀은 "세균성 감염병 치료에서 적절한 항생제의 신속한 처방은 매우 중요하다"면서 "새 검사법은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고 입원 기간을 대폭 감소시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 기술은 새로운 항생제 개발에 필요한 항생제 스크리닝에도 사용될 수 있어 침체된 항생제 신약 개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저명 학술지인 사이언스 트랜스레셔널 메디신 12월호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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