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대표 김윤섭)이 지난 19일로 올해 매출 1조원을 돌파한 것은 국내 제약계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 쾌거로 평가할 수 있다.

이는 규모의 대형화를 꾀해야 하는 국내 제약사로서는 반드시 넘어야 할 과제이고 연간 매출 1조원 달성은 과제 극복의 상징이었기 때문이다. 유한양행은 올들어 이날 현재 매출 1조100억원을 달성했다고 공시했다.

특히 올해 국내 제약산업의 환경은 사상 최악이라 할만했다. 지난해부터 계속된 일괄약가인하, 리베이트 쌍벌제, 리베이트 투아웃제, 어정쩡한 시장형 실거래가제(의약품 저가구매 인센티브제)의 시행 계획과 수정 등 오락가락하는 정책으로 수익구조는 악화됐다. 유한양행의 신기록은 이러한 국내의 악조건을 이겨낸 것이다.

제약산업은 기술과 자본집약산업이다. 1개 신약개발에 10년이란 긴 시간과 500억~5000억원에 이르는 투자비용이 소요된다. 또 신약의 성공확률은 경우에 따라 수천분의 1 또는 1만분의 1 밖에 안된다. 투자 후 성공시에는 수십배의 이익을 낼 수 있으나 실패하면 쪽박을 차야 한다.

투자비용의 회전은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 제약사의 규모 대형화와 글로벌화가 필요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장기 투자하는 동안 기업이 버텨낼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현재 국내 제약산업의 규모는 19조원으로 세계 시장 7175조원의 0.3%에 그치고 있다. 또 국내 제약사는 모두 500여개사에 이르고 있으나 연간 매출 1000억원 이상인 곳은 불과 30여개사에 머물고 있다. 영세하기 짝이 없는 실정이다. 대부분 제네릭과 국내 판매로 연명하고 있다. 국내 최초의 제약사인 동화약품이 1897년 창사한 이후 117년의 역사를 가진 국내 제약사의 민낯이다.

이번 유한양행의 새 기록은 내수보다 수출이 큰 몫을 한 결과였다. 수출이 지난해보다 30% 이상 증가한 1억 3000만달러에 달했다. 국내의 악조건을 딛고 해외에서 활로를 찾은 결과다. 에이즈치료제와 C형간염치료제 등 해외사업이 33.5% 성장했고 다국적사 도입 제품들인 B형간염치료제인 비리어드와 당뇨치료제인 트라젠타정과 고혈압치료제 트윈스타 등이 45~80% 성장한 결과였다.

제약계는 내년에는 유한양행뿐 아니라 1~2개 제약사가 매출 1조원 클럽 가입에 새로 도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제약사들이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국내의 어려운 여건에서도 그칠 줄 모르고 신약개발과 글로벌 시장 개척에 열정을 쏟는 제약계에 뜨거운 찬사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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