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미년(乙未年) 양(羊)의 해가 밝았다. 의약계에 지난 1년은 변함없는 정부의 약가인하정책, 끊이지 않는 리베이트 적발, 한미FTA(자유무역협정) 발효에 따른 의약품 허가특허연계제도 시행, 의료민영화, 원격진료 시범시행등 소용돌이 속을 숨가쁘게 헤쳐나온 한해였다. 이제 새해를 맞아 의약계는 새로운 변화의 물결을 타야 한다.

새해에도 제약계 환경은 그리 녹록지 않다. 우선 한미FTA 시행에 따라 의약품 허가 시 특허연계제도가 새해에는 더욱 확대될 것이 확실하다. 또 의약품의 시장형 실거래가제(저가구매 인센티브제) 폐지 대신 등장한 처방·조제약품비 절감 장려금제도조차 실거래가제와 큰 차이가 없는 것도 문제다. 이들 두 제도는 제약계의 부담을 더욱 무겁게 함으로써 경영을 압박하는 요인이 될 것이 틀림없다.

한 품목이 리베이트 제공으로 2회 적발될 경우 보험급여품목에서 제외시키는 리베이트 투아웃제는 제약계에 공포감을 주고 있다. 한국제약협회(회장 이경호)가 리베이트 척결을 위한 윤리헌장을 제정해 선포한 것도 이 때문이다. 계속된 약가인하와 리베이트 쌍벌제에 이은 리베이트 투아웃제 시행으로 제약계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벼랑으로 몰리고 있다.

의료계라고 해서 환경 악화는 예외가 아니다. 서비스산업 투자활성화 대책의 하나로 정부가 추진 중인 원격진료제는 병의원의 경영을 압박하고 있다. 특히 이미 시범운영에 들어간 이 제도는 환자들에 대한 편의 제공과 첨단의료기술 개발이라는 의료 및 산업적 이유에서 이미 세계적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제 피할 수 없는 흐름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이 의료계에서조차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새해 하반기에 시행할 예정인 대체조제 활성화도 의사와 병의원의 위상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의사 처방에 대해 약사가 제네릭으로 대체조제하는 행위는 의사의 처방권을 빼앗는 것으로 의약분업의 파기와 같다는 대한의사협회의 주장이다. 그러나 이는 당국이 성분명조제 대신 오리지널약과 같은 제네릭으로 대체한 만큼 의협의 반대 주장이 설득력이 약하다는 것이 지배적이다.

이밖에도 의료민영화도 의료계의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전국의 의사들은 비록 하룻 만에 그치긴 했으나 14년 만에 파업을 단행했다. 또 사상 처음으로 의협 회장이 회원들의 탄핵으로 물러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모두 피할 수 없는 시대적 변화의 고통을 드러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의약계가 새해에는 희망을 찾아야 한다. 그 명제는 경영의 투명화와 글로벌화다. 의(醫)와 약(藥)은 국민건강과 생명을 책임지는 핵심산업이다. 동시에 국가경제적으로는 고급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미래 먹거리 산업이란 위상에 흔들림이 없다. 의약계가 편법경영의 하나인 리베이트를 추방해 투명경영을 해야 할 이유다. 또 다국적제약사와 경쟁을 하기 위해서는 규모의 대형화와 함께 세계 시장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의약계에 대한 지원을 획기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새해 1350억원으로 예정된 제2호 글로벌 제약사 육성펀드와 250억원으로 계획된 글로벌 의료진출펀드를 획기적으로 늘려야 한다. 임상 기간 요건 등 신약 개발 관련 각종 규제는 파격적으로 파기해야 한다. 의약계가 오죽하면 임상을 해외에서 시행하겠는가. 새해는 청양(靑羊)의 해다. 청색은 왕성한 활동을, 양은 행운을 뜻한다고 한다. 의약계가 갈등없이 손을 맞잡고 새로운 희망을 일구는 새해가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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