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료규제 기요틴(단두대) 확대에 대해 의료계가 무면허 의료행위를 조장하는 처사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의료계는 새해 벽두부터 대정부 투쟁이라는 검은 먹구름이 짙게 드리울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단두대에 올릴 규제조치 153건 중에는 보건복지부와 관련한 과제 16건이 포함됐다. 의료기기의 한의사 사용 허용, 카이로프래틱(수술이나 투약없이 손으로 척추 등을 치료하는 행위) 자격제도 도입, 문신사 합법화, 이미용 시 일부 의료기기 사용 허용 등이 그것이다.

이들 모든 것은 지금까지 의사들만의 고유권한이었으니 의료계가 반발하는 것은 예상했던 일이다. 추무진 대한의사협회(의협)장은 이에 대해 지난 31일 기자회견을 갖고 “규제기요틴이라는 이상한 잣대를 갖고 정부가 앞장서 비의료인에게 의료행위를 허용하고 의사의 고유 의료영역 침탈 등 불법을 합법화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추 회장은 그러면서 만일 정부가 이를 강행할 경우 의사면허 반납 등 가능한 투쟁방안을 모두 동원하겠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이 “규제기요틴을 확대해 규제혁명을 이루겠다”고 밝힌 것은 지난달 25일이었다. 규제기요틴 확대 민간합동회의는 기다렸다는 듯 사흘 만에 각부처의 혁파과제를 내놨다. 복지부의 경우 이해당사자들 조차 모르고 있는 듯했다. 단두대에 올려 잘라내야 할 과제들이니 이해당사자들이 알면 사전 반발이 크기 때문에 이러한 기습 발표는 이해할 만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의료 부분은 환자들 생명과 건강에 직결된 문제인 만큼 적어도 시행과정에서는 의료계와 의료소비자단체등과도 충분히 사전 협의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환자들의 입장에서 의사들이 사용하는 전문 양(洋)의료기기를 한의사들에게도 사용토록 하는 것이 바람직 하다. 의사들의 진단을 받은후 한의사에게 이중진료를 하는 일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의사들이 전문의료기기를 사용하고 그 결과를 해독할 수 있는지는 환자들도 확신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보험 적용을 할 경우 건보재정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법규정대로라면 일정교육을 받고 자격을 갖췄다면 별 문제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의사들의 의료기기 사용 결과에 대한 해독이 신빙성이 있는 지에 관해서는 아직 미지수라는 것이 일반적 여론이다. 양의사들만큼 전문교육을 받았는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또 카이로프랙틱 자격제도도 현재의 물리치료사 제도와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 문신사제도 역시 예술 분야라는 주장도 있지만 경우에 따라 시술 시 치명적 위험성을 안고 있다.

전문직종을 늘려 일자리를 늘리고 관련산업을 육성해 경제적 효과를 높이려는 의도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규제기요틴 확대가 자칫 관련 자격증의 남발이나 사이비 의료행위를 만연케 해 국민건강을 해친다면 차라리 안하느니만 못할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의료기기 사용 확대의 경우 전문지식이 필요없는 품목부터 극히 제한적 또는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등 완급을 조절할 필요가 있다. 이에 따른 의료소비자들의 신뢰도 확보를 위해 대국민 홍보도 반드시 뒤따라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메디소비자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