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오리지널 약값 환수법이라고 불리는 건강보험법 개정안과 담뱃갑에 흡연경고그림을 넣도록 한 건강증진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무산됐다. 기회있을 때마다 민생법안 우선처리를 내세우던 여야 정치권이 또 민생을 뒤로 제쳐놓은 것이다.

오리지널 약값 환수법은 오는 15일부터 시행되는 의약품 허가ㆍ특허연계제도로부터 국내 제네릭 제약사들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오리지널 제약사가 국내제약사의 제네릭 시판을 제한할 목적으로 특허쟁송을 해 국내제약사가 패소할 경우 이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 한미FTA(자유무역협정) 시행에 따른 보완책이었다.

특허소송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고 국내제약사를 보호함으로써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6월 보건복지부가 입법예고했었다. 그런데 여야 정치권이 지난해 정기국회에서도 이를 본체만체하더니 이번 2월 임시국회에서도 무시한 것이다. 이런 정치풍토 아래에서 미래산업이라는 제약사가 버텨가기는 참으로 지난한 일이다.

또 담뱃갑에 흡연경고그림을 삽입하도록 의무화한 건강증진법도 마찬가지다. 이는 흡연자는 물론 일반인들에게 흡연에 대한 혐오증을 갖게함으로써 금연을 유도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흡연으로 국민건강이 망가지고 이로 인해 건강보험재정 악화까지 유발하는 것을 막기위한 것이다.

이 법안은 복지부가 지난 2002년부터 중점시책으로 추진해 지금까지 11차례나 입법을 시도했었다. 지난해 정기국회에서도 법안을 국회에 올렸으나 뚜렷한 이유없이 본회의 상정조차 안됐다. 2월 국회에서도 해당 보건복지위원회가 법안소위와 전체회의를 거쳐 법사위에 넘겼으나 법사위가 이를 법안소위에 되돌린 것이다.

담뱃갑의 흡연경고그림 삽입은 캐나다가 2001년 처음 시작한 이래 현재 세계 27개국에서 시행하고 있고 큰 효과를 거두고 있다. 캐나다는 흡연율을 24%에서 18%로, 브라질은 31%에서 22.4%, 영국은 24%에서 19.1%, 호주는 19.8%에서 15.1%로 낮추는데 성공했다.

국회 법사위는 사실 각 상임위에서 넘어온 법안에 대해 위헌요소는 없는지, 법안의 문구는 잘 정리됐는지 등을 검토해 본회의에 상정하는 것이 원래의 기능이다. 각 상임위의 견해를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법사위가 각 상임위에 군림하면서 법안 상정 자체를 좌지우지한다면 이는 상임위의 역할을 무시하는 폭거라고 할 수 있다.

이를 두고 국회 주변에서는 말이 많다. 담배 농가와 소매상들의 표를 의식한 법사위 소속 의원들이 법 상정을 막았다는 말도 나돈다. 또 한국금연운동협의회(회장 서홍관)는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담배회사들의 로비가 있었지 않았겠느냐고 의심하기도 한다.

고위공직자 부정부패를 막기 위한 김영란 법 대상에 정치인이나 시민단체는 빼고 언론을 끼워넣고 어린이집의 CCTV 설치 의무화법안도 부결시켰던 국회다.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민생법안까지 내팽개친다는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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