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에게는 책무가 없다
소비자에게는 책무가 없다
  • 강창경
  • 승인 2009.11.02 11: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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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청춘 남녀 사이에도 속거나 속이는 행위는 다반사다. 서로에게 잘 보이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하는데 허위나 과대 포장이 따르기 마련이다. 화장을 하거나 키높이 구두를 신는 것은 애교에 속한다. 눈을 고치며, 콧대를 세우고 심지어 뼈를 깎는다.

요즘 태어나는 아이들 중 엄마ㆍ아빠를 닮지 않은 아이들이 많다는 우스갯소리도 들린다. 상품을 판매하면서 상자 위쪽에 보이는 과일은 크고 좋은 것을 올린다. 아래쪽에는 위쪽보다 품질이 떨어지는 것을 넣는다. 눈을 속이는 속박이다.

과일을 한 상자 구입하더라도 꼼꼼하게 살펴봐야 피해를 입지 않는다. 애교로 보아 넘길 만한 속박이도 판매되지만 사기에 가까운 속박이도 유통된다. 속거나 속이거나 하는 행위는 소비 생활에서도 자주 일어난다.

물건을 파는 사업자는 상품의 장점을 최대한 포장해 이야기하고, 사려는 사람은 소비자의 눈높이에서 판단한다. 사업자의 허위ㆍ과장 광고에 속는 경우도 많다. 가장 심하게 피해를 입는 것은 사기다. 그 다음 가짜 상품인 ‘짝퉁’ 피해를 입는 것이고, 마지막으로 ‘속박이’에 당하는 것이다.

김모 씨는 시중가 35만원짜리 내비게이션을 현금 구매 시 19만5천원에 다음날까지 배송한다는 광고를 보았다. 의심쩍어 인터넷에서 상호를 찾아보니 검색되지 않아 전화로 문의했다. 왜 인터넷을 검색해 봤냐고 물어보기에 “요즘 사기 피해가 많아서 그랬다”고 하자 “사기는 어린애들이나 치지 아무나 치냐”며 걱정 말라고 큰소리쳤다.

은행 계좌로 택배비 4천원을 포함한 19만9천원을 입금했는데 배송 약속을 하지 않아 연락해 보니 팩스로 넘어가거나 결번으로 나왔다. 한국소비자원 상담 창구에는 사업자에게 속아 피해를 입었다는 사례가 줄을 잇는다. 사기를 당한 사람은 피해를 구제 받기가 힘들다. 피해를 입힌 당사자가 있어야 하는데 찾기가 어렵다.

결제 대금만 먹고 튀는 ‘먹튀족’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시중가보다 터무니없이 싼 가격에 판매한다는 광고에 현혹되는 것이 소비자다. 현금 결제 시 개인 계좌로 입금하고 판매자와 연락이 두절되면 환급 받기가 어렵다. 처음부터 사기를 치려고 마음 먹고 시작하기 때문에 광고 문구에 현혹되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

만약, 신용카드번호를 불러주고 결제했다면 즉시 해당 카드사에 청약철회를 요구하는 서면(내용증명)을 발송하는 것이 좋다. 모조품인 ‘짝퉁’ 피해도 만만치 않게 발생한다. 짝퉁을 알고 구입하는 사람도 있지만 진품을 주문했는데 짝퉁이 배달된 황당한 피해도 발생한다.

전자상거래 이용자 중 짝퉁 문제로 한국소비자원에 상담을 요청한 사람은 지난해보다 크게 늘어났다. 2008년 6월 말 현재 27건으로 2007년 동기 대비 20건보다 35% 증가했다. 사람의 눈을 속이는 ‘속박이’는 금융 상품에도 적용된다. 정기 예금 금리를 최고 연 6.1%, 5.8% 제공한다고 광고하는 은행 상품도 얼핏 보면 속박이처럼 속기 쉽다.

하지만 기본 금리는 각각 연 5.3%와 4.9%다. 우대 금리를 받으려면 자그마치 5천만원 이상을 예치하고 신용카드를 발급 받는 등 여러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정보의 가치가 갈수록 중요해지는 정보화시대다. 속거나 속이거나 하는 소비자와 악덕 사업자와의 술래잡기도 정보의 탐색과 확인 과정에서 어느 정도 솎아낼 수 있다.사기 정보나 허위 과장 정보도 잘 보면 보인다. 정보를 탐색하고, 공부하고 연구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 구질구질한 생활과 아름다운 사기 사이에서 우리는 날마다 유혹을 당한다. 항상 사기 쪽이 더 화려하고, 눈길이 더 간다. 사실이 아니므로 선정적이고, 책임을 질 생각이 없기 때문에 가격을 후려쳐 싸게 판다고 광고할 수 있다. [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정책연구팀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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