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남 창원시내 한 병원에서 환자가족인 치과의사가 병원 건물 안에서 소아과 의사를 무자비하게 폭행한 사건이 발생하자 의료계의 공분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와 대한전공의 협의회(대전협)는 이에 따라 국회에 의료인 폭행 방지법을 하루 빨리 제정해줄 것을 잇따라 호소했다.

의협과 대전협에 따르면 치과의사 B씨는 생후 11개월된 딸이 지난 3월초 장염과 구토증세를 일으켜 이 병원 소아과의사 A씨의 진료를 받았다. A씨로부터 약 처방을 받은 B씨의 딸은 약 복용후 설사증세가 계속되고 증세가 호전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화가 난 B씨는 이날 병원으로 찾아가 소아과의사 A씨를 불러내 병실 복도에서 많은 환자와 간호사들인 보는 앞에서 주먹으로 A씨의 얼굴을 마구 때리고 넘어진 A씨에게 발길질을 가해 전치 4주의 상처를 입혔다. A씨는 그후 정신과 치료까지 받는 심각한 후유증을 겪고 있다고 했다.

어린 딸의 장염증세가 쉽게 호전되지 않는 사실에 보호자로서 안타까움과 불만은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그렇다고 해서 진료의사를 만인이 보는 공개된 장소에서 무차별 폭행하는 것은 무엇이라 변명해도 이해할 수 없다. 특히 병원 측은 사건 발생 후 검증 결과 소아과의사 B씨의 처방이 잘못된 것이 없다고 확인했다.

병원 측은 환자가 처방약을 복용할 경우 구토증세가 완화될 때 일시적으로 설사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을 A씨가 보호자에게 충분히 설명했다고 했다. A씨의 진료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확인한 것이다. 더구나 폭행당사자인 보호자 B씨는 치과의사다. 같은 직군의 의사가 이러한 사실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도 B씨의 무지라고 할 수 있다.

치협이 사건 발생 보름이 넘도록 B씨에 대해 어떤 징계조치조차 취했다는 소식이 들리지 않는 것도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현재 환자 가족들의 의사 폭행에 대해서는 일반폭행죄를 적용해 경찰이 가해자를 형사 입건하는데 그치고 있다. 그뿐 아니라 경찰에서조차 의사 폭행 행위에 대해 가해자와 피해자 간 자율조정이란 미명 아래 상호합의를 유도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가해자에게 유리하게 사건을 처리하는 일이 많다고 한다.

응급실에서 일하는 의사들 가운데 50% 이상이 폭력을 경험했고 이 중 39%는 생명까지 위협을 느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이 때문에 부산시내 31개 응급실운영 병원에서는 비상시 경찰에 연락할 수 있는 폴리스콜제를 시행하고도 있다.

의사뿐 아니라 간호사 등 의료인의 진료환경이 불안하면 그 피해는 고스란이 환자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 의사의 진료를 방해하는 행위는 다른 환자의 진료기회를 빼앗는 범죄행위나 다름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여야당은 현재 국회에 발의돼 있는 의료인폭행 방지법안이 하루라도 빨리 법제화 도록 서둘러 주기 바란다. 이것이 곧 의사와 환자의 권리를 함께 보호하는 길이다. 국회가 언제까지 의사 등 의료인들에 대한 환자 가족들의 폭력행위를 수수방관하고 있을 것인가.

저작권자 © 메디소비자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