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무진 대한의사협회(의협)회장이 5월1일부터 임기가 시작되는 39대 의협회장에 재선돼 앞으로 3년간 의협을 이끌게 됐다.

추 회장은 당선 후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앞으로 회원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회장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추 회장의 앞길은 그리 순탄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은 의료계가 모두 인식하고 있다고 본다. 원격진료 확대 등 급변하는 의료환경 속에서 의사의 이익과 입지를 확보해야 하는 피할 수 없는 임무를 부여받았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는 낮은 투표율이다. 총유권자 4만4414명(의협회원은 11만명) 중 투표율이 겨우 31.02%(1만3780명)에 그쳤다. 유권자들이 이번 선거에 무관심했다는 증거다. 누가 회장에 당선되든지 최근 의료환경 변화에 획기적으로 의사들의 이익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기는 어렵다는 자포자기성 생각이 작용했다는 의료인들의 분석이다.

두 번째는 추 회장의 득표율은 24.07%로 2위 임 후보와의 지지율 차이가 1%도 안되는 불과 0.48%(66표) 밖에 안됐다. 3위 조 후보와 차이도 1.7%였다. 이는 당선자와 2ㆍ3위 후보들의 공약이나 그동안 활동이 큰 차이가 없었다는 얘기다. 후보들 간 공약의 색깔에 특징이 없었던 것이다. 정부의 원격진료 정책에 한결같이 반대하고 강경투쟁을 별렀던 것도 똑같다.

그럼에도 추 회장이 근소한 차이로나마 당선된 것은 회원들이 의료환경에 변화를 꾀하되 정부에 온건투쟁을 해달라는 요구를 반영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는다. 추 회장은 지난해 의협회장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후 원격진료와 규제기요틴(단두대) 저지 등을 위해 단식 등 강경투쟁을 해왔다. 그럼에도 그는 1년동안 정부와 협상을 계속하고 대 국회활동을 강화하며 대안을 제시해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주 적은 차이로나마 그가 당선된 것은 이처럼 투쟁과 협상의 병행을 요구하는 회원들의 뜻이 모아진 것이라는 해석이다.

앞으로 추 회장이 가장 심각하게 맞닥뜨릴 과제는 원격진료의 확대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현재 “의협이 원격진료를 계속 반대하면 진료기능을 제외한 모니터링 방식으로라도 진료정보를 제공하는등 원격진료를 진행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사실 원격진료는 이제 피할 수 없는 세계적 흐름이다. 미국은 이미 진료정보 외에 환자에게 맞춤형 건강관리 정보까지 스마트폰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 관련 기기까지 활발하게 개발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따라 관련 산업의 파급효과는 물론 개업의사들도 새로운 진료영역이 확대될 가능성까지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말하자면 원격진료시행이 관련 산업 발전과 일자리 창출은 물론 의사들에게도 새로운 진료 시장 확대라는 의외의 결과를 낳고 있다는 것이다.

흑백TV를 거쳐 컬러TV 시대로, 기계식 전화에서 ‘삐삐’와 단순 휴대폰 시대를 거쳐 최첨단 스마트폰 시대로 옮겨왔듯 의료도 대면진료에서 원격진료 시대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의사사회가 이러한 의료 현실을 반대만 할 일은 아니다.

다만 진료 행위가 생명과 직결되는 일인 만큼 원격진료의 단점을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의협이 앞으로 이러한 원격진료 정책에 긍정적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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