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동포의 아들 A군은 미국의 한 유명한 사립고교를 최우등으로 졸업했다. 한국의 수능과 같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인 SAT점수도 만점을 받았다. 그는 졸업을 앞두고 아이비리그 대학 중 최고의 의대에 지원했다. 모든 면에서 거의 완벽에 가까운 높은 점수였다. 그러나 그는 그가 희망한 최고의 대학에 낙방했다. 당연히 합격하리라 믿었기 때문에 본인은 물론 가족의 실망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화가 난 A군의 아버지는 학교를 찾아가 아들이 떨어진 이유를 따졌다. 학교 측은 아깝지만 협의 결과 이같이 결정했다고만 말할뿐 다른 의견을 말하지 않았다. 더욱 화가 난 아버지는 입학사정관을 찾아가 이유를 졸랐다. 대답은 이랬다. “생명을 최고의 가치로 생각해야 할 의사지망생이 헌혈 기록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헌혈을 한 번도 하지 않은 학생이 어떻게 의사가 돼 남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느냐는 반문이었다고 했다. 의사에게는 그 정도의 인성이 갖춰져야 한다는 말이었다. 이같은 일화는 대입 지원 시즌이 되면 지금도 미국의 교포사회에 심심치 않게 회자된다.

최근 주사바늘을 재사용해서 내원환자 78명에게 C형간염을 집단감염케 한 서울 양천구 다나의원의 K원장과 데이트폭행을 해서 물의를 일으킨 광주광역시 조선대 의학전문대학원생 B씨에게는 공통점이 많다.

첫째, K원장과 B씨는 정상적 사회생활이 불가능한 사람들이다. K원장은 교통사고로 뇌출혈에 따른 뇌손상과 수전증 등으로 평소 휠체어에 의지해 생활하는 2등급 장애자였다. 진료는 물론 사리 판단이 어려웠다고 주위 사람들은 전한다. B씨는 사소한 일에 이유없이 데이트 상대인 같은 학교 의전원 여학생을 4시간 이상 감금하고 무차별 폭행하는 성격이상자였다.

둘째, 두 사람은 내원환자와 데이트여성에게 사망에 이를 정도의 심각한 정신적 육체적 피해를 안기고도 모두 죄의식을 느끼지 않았다. C형간염은 방치할 경우 간암으로 발전하고 데이트여성은 갈비뼈 2개가 부러지고 온몸와 얼굴 등에 심한 타박상을 입었다.

셋째, 그럼에도 K원장의 경우 보건당국이 K원장의 뇌손상과 C형간염 집단감염과는 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다는 등 두둔하기에 바빴다. 의전원생 B씨도 해당 학교 측이 TV를 통해 사건이 공개된 후에도 데이트여성과 함께 수업을 듣도록 하는 등 가해자를 감싸기에 바빴다. 해당 학교 총장이 사과한 것은 보도된지 나흘만이었다. 특히 피해여성이 B씨를 고소했는데도 법원은 B씨가 의전원에서 제적될 것을 우려해 무거운 처벌대신 1200만원의 벌금형만 선고했다.

두 사건 모두 피해자들은 정부나 법원 학교등 주위로부터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학교나 당국이 예비의사 때부터 생명에 대한 가치를 가볍게 여기는 것을 방치한 것이다. 정부는 미국 의과대학이 의대생 선발과정에서부터 인성을 중요시해 학교성적이 뛰어난 A군을 낙방시킨 사례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또 사법부도 미국 법원이 주사바늘 재사용 의사에게 살인죄를 적용해 종신형을 선고한 판결 사례를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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