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해열ㆍ진통제 감기약 소화제 등 일반의약품의 자판기 판매를 허용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 약사법 개정안을 마련해 오는 10월 국회에 제출할 움직임을 보이자 의약계가 반발하는 등 술렁이고 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도 반대 움직임에 가세해 일반의약품 자판기 판매는 험난한 과정이 예상된다.

자판기 판매는 의사 처방이 필요없는 일반약으로 국한하고 이를 약국 앞에 설치해 약사가 퇴근 후 소비자가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 보건복지부의 계획이다. 소비자는 이를 이용할 때 자판기 호출 번호를 눌러 약사와 화상으로 상의한 뒤 필요한 일반약을 구입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계획이 발표되자 대한약사회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한의사협회 대한간호사협회 등 의약단체가 반대하고 나섰다. “약화사고 발생 시 책임소재가 불분명하고 기계 오작동 우려가 있는 데다 의약품의 변질 우려도 있다”는 것이 반대 이유다. 야당도 의약품의 자판기 판매는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행위라며 이들 단체의 견해에 동조하고 나섰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또 이에 못지 않게 자판기가 혹시 약사들의 이익을 빼앗아 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클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는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의사 처방이 필요없는 일반약은 이미 전문 약사가 없는 일반 편의점에서 판매해온 경험이 있다. 이를 통해 약화 사고가 염려할 수준이 아니라는 것도 입증됐다. 또 일반약의 편의점 판매로 약국의 수입에도 별 영향이 없는 것도 확인됐다.

특히 일반약의 자판기 판매는 동네 약국이 운영ㆍ관리토록 해 수익금 전액을 약국 또는 약사가 가져가도록 돼있다. 약국이 관리하기 때문에 판매 제품의 변질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말하자면 일반약 판매 자판기는 약사가 퇴근 후에도 수입을 올려주는 제2의 약국이 될 수 있다는 의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소비자에게는 한밤 중 약국이 문을 닫은 후 이용할 수 있는 편리함이 있다. 또 자판기 설치는 모든 약국에 적용하는 강제사항은 아니다. 지역 사정에 따라 희망하는 약국에서만 시행해도 무방할 것이다.

이러한 자판기 판매 아이디어도 약사가 제안했다고 한다. 전문의약품이 아닌 큰 위험성이 없는 일반의약품의 자판기 판매를 마냥 반대할 이유가 그리 선명하지 못하다. 그동안 의약단체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모든 정책에 선뜻 찬성하거나 지지한 적이 거의 없다. 한결같이 모든 정책에 반대만 해왔다는 기억 밖에 나지 않는다. 현상 변화가 일어날 경우 혹시 이익이 줄어들까 하는 우려에서일 것이다.

그러나 의약단체들도 시대 변화에 맞춰 획기적인 인식 변화를 꾀할 때가 됐다. 타성에 젖어 현상 유지에 급급해서는 어떠한 발전도 기약할 수 없다. 시행하기까지 아직 시간은 남아있다. 혹시 자판기 판매가 소비자들의 건강권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면 이를 보완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닐 것이다. 일반의약품의 자판기 판매에 의약단체들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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