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BI)사가 한미약품으로부터 도입한 항암신약 ‘올무티닙’의 기술 개발을 포기하고 임상 권리를 반환한다고 통보해옴에 따라 한미약품은 물론 제약계가 충격에 빠졌다.

BI사는 지난해 7월 한미약품과 항암신약 올무티닙의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한국 미국 유럽에서 글로벌 2상 임상을 진행 중이었다. 이에 따라 한미약품의 올무티닙 기술수출을 통해 기대됐던 7300만달러(약 8040억원)의 예상 수입은 계약금과 일부 기술료 등 700억원 정도에 그칠 전망이다.

BI사가 기술 도입을 중도 포기한 것은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폐암치료 신약이 최근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 잇따라 승인받은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한다. 또 국내에서 2상 임상 단계에서 투약환자 731명 중 5명이 피부염 또는 사망 등 부작용 사례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러한 올무티닙 사태를 보면서 이제 막 열기가 오르고 있는 국내 제약사의 신약개발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사실 세계 제약시장에서 기술수출(라이선스 아웃)을 통한 신약개발물질이 중도에 개발 중단되거나 권리를 반환하는 사례는 종종 발생하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일이다. 미식품의약국(FDA) 통계에 따르면 신약개발의 성공 확률은 9.6%에 불과하다.

10건 중 1건 정도만 성공한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위험 부담으로 신약기술 수출 계약은 단계별로 이뤄지는 것이 관례로 돼있고 중도에서 언제든지 계약 이행을 중단할 수 있다는 것은 제약계의 통념이다.

그럼에도 한미약품의 항암신약 올무티닙의 충격이 크게 다가오는 것은 이것이 국내 제약계로서는 보기 드문 대형 기술수출 계약이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미약품은 물론 제약계는 올무티닙 사태를 큰 도전을 위한 작은 악재로 여기는 대범함을 보일 필요가 있다. 한미약품 이관순 사장이 이와 관련해 “신약개발 과정에서 치명적 이상반응으로 다시 실패를 하더라도 신약개발을 중단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 것은 새로운 도전의지를 나타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 제약계에서는 10여개 제약사가 암 파킨슨씨병 당뇨 등 불치 또는 난치병치료제 신약개발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재 연간 글로벌 제약시장 규모는 자동차(600조원)와 반도체(400조원) 시장을 합한 것보다 크다. 이 중 국내기업이 차지하는 규모는 불과 1.5%에 그치고 있다. 제약 및 바이오산업이 국가의 미래경제를 책임질 신산업이라는 데는 누구도 부인하지 못하는 이유다.

이번 사태가 한미약품에 새로운 도약의 전기가 되기를 바란다. 정부도 제약 및 바이오산업을 살리기 위한 규제 완화와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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