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간호사를 자살로 내몬 '태움' 문화,이대로 둘 건가
한 간호사를 자살로 내몬 '태움' 문화,이대로 둘 건가
  • 편집국
  • 승인 2018.02.26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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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소비자뉴스=편집국] 서울의 한 대형병원 20대 간호사 박모씨의 자살 사건이 의료계에 큰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박씨는 설날인 지난 16일 병원 부근의 한 아파트 10층에 올라가 투신 자살했다. 박씨의 몸에서는 휴대폰에 저장된 그의 유서 메시지가 발견됐다고 했다. 수면 부족, 끼니 거름을 호소하는 내용이 쓰여져 있었다. 또 자신을 ‘태운’사람의 이름과함께 “일하기 힘들다. 그만 안 괴롭혔으면 좋겠다”는 내용이 저장돼있었다.

태움문화는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간호사계에 고질적으로 만연돼 있는 악(惡)의 문화로 알려진다. 태움이란 ‘재가 될 때까지 태운다는 뜻’으로 선배가 신입 후배의 군기를 잡기 위해 실시하는 정신적ㆍ육체적 학대 행위 등 혹독한 길들이기 행위의 은어라고 한다. 박씨는 이러한 태움을 견디지 못하고 최대의 명절날, 20대의 꽃다운 나이에 생을 스스로 마감하고 사랑하는 가족의 품을 떠난 것이다.

이 사건은 처음 간호사 컴뮤니티 ‘널스 스토리’를 통해 외부에 알려졌다. 간호사계에 따르면 태움 행위는 신입 후배에 대한 폭언과 왕따, 인격적 모독 등 언어 폭력에서부터 얼차려, 뺨 때리기, 정강이 차기, 챠트로 머리때리기 등 육체적 가학 행위도 있다. 신입자는 만만해서, 경력자는 외부인이라는 이유로 이러한 가학 행위가 만연돼 있다고 했다. 지난해에는 임신한 간호사를 강제 야간근무케 했다는 주장도 있었다.

이 때문에 이직을 고민한 현역간호사가 무려 70%나 된다는 자료도 있다. 2016년 한 중앙일간지가 6개 국립대병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노동강도 심화로 건강이 악화됐다는 응담이 68%나 됐다. 또 업무상 각종 스트레스로 상담을 생각 중이라는 간호사도 56.1%나 됐다. 현실적으로 대형병원의 신입 간호사의 이직률은 30%가 넘는다고 했다. 모두 혹독한 훈련과정에서 비롯됐음을 보여주는 분석 결과다.

그럼에도 이같은 일들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는 것은 “자신이 속해 있는 전체 간호사 집단이 욕먹는 것이 싫어서” “말많은 여자사회라는 말이 듣기 싫어서”라고 한 현직 간호사는 인터넷 글을 통해 전한다. 이러한 이유로 간호사 사회가 손가락질받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서로 “쉬쉬”한다고 했다.

신입 간호사들이 주위 사람으로부터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이 있다. “대형병원은 급여도 좋고 퇴직 후 사학연금도 보장되는데 왜 중도에 그만 두느냐”는 말이라고 한다. 그러나 신입 간호사들은 각고 끝에 잡은 일자리를 오죽했으면 그만두겠느냐고 호소한다. 그럼에도 일부 의과대 교수와 수간호사들 사이에서는 태움이 ‘필요악’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간호사는 생명을 다루는 특수한 직업’이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간호사계도 이제는 거듭나야 한다. 폭력이 지배하는 사회는 병든 사회이기 때문이다. 폭력을 몰아내야만 신입 간호사계 응사(응급사직)도 최소화할 수 있다. 신입 간호사들이 일하기 즐거워야 병실과 의료계도 웃음을 되찾을 수 있다. 그 책임은 병원 경영진의 몫이다. 간호사의 웃음이 살아있으면 환자 치유와 병원 경영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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