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사람이 살찐 사람보다 삶의 만족도가 떨어질 뿐 아니라, 자살 시도와 같은 극단적 선택을 할 위험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홍진표<사진> 교수팀은 18~74세의 한국인 5905명을 대상으로 대규모 정신건강역학조사(Korean Epidemiologic Catchment Area Replication)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자살을 생각해 보거나 시도해본 경험이 있는지, 매일 스트레스를 얼마나 경험하는지, 삶에 얼마나 만족하는지 등을 평가했다.

또 이를 BMI(체질량지수) 별로 나눠 분석, 자살 관련 행동 사이의 연결고리가 있는지 살폈다.

체질량지수(BMI)와 자살 관련 행동과의 상관 관계를 한국인 표본집단을 통해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저체중군(BMI 18.5kg/㎡ 미만)에선 실제로 자살을 시도할 가능성이 정상 체중군(18.5~22.95kg/㎡)보다 2.4배로 조사됐다.

우울증, 불안, 알콜 사용 장애와 같은 정신과적 질환의 여부를 보정했을 때에도 통계적으로 유의했다. 

자살을 생각할 위험은 저체중군에서 1.6배, 과체중군(25kg/㎡ 이상)에서 1.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상 범위에서 벗어난 체중은 자살을 생각하는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삶의 만족도를 조사하는 항목에선 저체중군에서만 경고등이 확인됐다.

저체중군은 정상 체중 군보다 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릴 가능성이 1.7배, 삶에 만족하지 못하는 비율이 1.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 미혼 여성의 비율(약 80%)이 높았던 저체중군에서 실제로 비만하지 않은 데도 스스로가 비만하다고 믿는 경향을 보였던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결과다.

마른 몸매가 성공적인 자기관리로 치부되는 한국 사회에서 금식, 구토, 과도한 운동 등과 같은 부적절한 체중 조절 행동으로 이어지기 쉽다는 의미다.

홍 교수는 “그동안 간과됐던 저체중 성인에서의 정신건강 관리가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연구”라며 “한국 사회에 만연한 마른 체형에 집착하는 문화를 개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대한신경정신의학회 국제 영문학술지(Psychiatry Investigation) 최근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