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일 전북 익산의 한 병원 응급실에서 발생한 환자의 의사 폭행 사건을 계기로 응급실 폭행에 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고 한다. 여ㆍ야 의원들이 각각 응급실 의사 폭행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것을 내용으로 관련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한 데 이어 지난 17일엔 국회에서 의료인 폭행 방지를 위한 토론회가 열려 사태의 심각성을 일깨우고 있다.

병원 진료실내 폭행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현재 응급의료법과 일반의료법에 규정돼 있다. 응급의료법에선 응급실내 폭행 가해자에 대해 징역 5년 또는 벌금 5000만원 이하, 일반진료실 폭행가해자에 대해선 일반의료법에 징역 5년 또는 벌금 2000만원이하로 규정돼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의료계의 주장이다.

병원 진료실내 폭행은 어떠한 경우에도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다. 자칫 환자들의 생명에 위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병원 진료실내 폭행이 발생할 때마다 의료법을 개정해 징역형이나 벌금형을 높여온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였다. 그럼에도 진료실내 폭력이 사라지지 않는 것은 가해자에 대한 처벌 규정이 가볍기 때문이란 지적이 많다.

이번 여ㆍ야 의원들이 관련법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진료실내 폭행 가해자에 대해 가중처벌 규정을 둔 것은 그래서 바람직하다고 본다. 한 가지 덧붙인다면 이미 지난달 9일자 본란에서 지적했듯이 폭행 가해자에 대해 반드시 실형을 살도록 하거나 실형과 함께 벌금형을 병과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촉구하고자 한다.

또 이번 국회 토론회에서 진료실내 의료진에 대한 폭행을 예방하기 위한 대책이 논의된 것은 진일보한 논의라고 할 수 있다. 이 자리에서 대한응급학회와 의협, 병협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진료실내 사전 폭행예방책을 요구했다고 한다.

이를 위해선 중소병원의 응급실 안전 경비의 취약성을 감안해 청원경찰이나 경비원 확보에 따른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별도의 예산 지원이 어렵다면 응급의료기금에서 지원하자는 대안도 제시됐다고 한다.

그러나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정부 예산 지원을 바라는 것은 그리 바람직한 해결책은 아니다.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1분1초를 다투는 마당에 사정이 어려운 중소병원의 응급실 안전 확보에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그르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에 앞서 중요한 것은 병원 측과 관계 부처인 보건복지부가 병원 응급실의 안전을 위해 그동안 어떠한 노력을 기울였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의료계가 자체적으로 아무런 노력을 하지도 않고 예산 지원만 요구하는 것은 세금을 내는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복지부도 돈이 없다는 이유로 의료계의 요구에 손을 놓고 있어선 안된다. 복지부는 이제라도 앞장서서 경찰과 의료계를 포함한 협의체를 구성해서라도 이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 폭력을 예방하는 것은 정부의 당연한 의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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