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소비자뉴스=편집국] 겨울의 길목 ‘입동’이 있는 11월이 되면 기다림, 그리움을 상징하는 첫눈과 더불어 기억나는 영화가 있다. 광활한 시베리아 자작나무 숲 설경과 함께 아름다운 선율, 라라의 테마가 들려오는 ‘닥터 지바고’ 그리고 연인들의 눈싸움 ‘러브스토리’가 되새겨지는 계절이다.

겨울의 길목은 아름다운 낭만을 꿈꾸게 하는 동시에 누군가에게는 잔인한 계절이기도하다. 어떤 사람에게는 찬바람이 이는 가을을 시작으로 이른 봄까지 ‘마음의 감기’로 불리는 우울증이 심하게 나타난다고 한다.

우울증은 유전적·생물학적 요인(신경전달물질인 노-아드레날린, 세로토닌 등 감소)으로 인한 ‘내인성 우울증’과 처한 상황이나 심리적 요인에서 비롯되는 ‘반응성 우울증’이 있다. 반응성 우울증은 자아가 중시되는 사회에서 발병률이 높아 타인의 행복 대열에서 소외감을 느껴 위축되고 좌절하면서 우울증이 유발된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찾아오는 우울증, 우리나라 성인의 35% 이상이 자살을 생각해 봤다는 최근 조사 결과를 볼 때 우울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에게 주위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이 필요하다. 우울한 감정이 2주 이상 지속될 경우 치료하지 않으면 만성우울증으로 진행되어 결국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예방 뿐 아니라 적극적인 치료가 요구된다.

수능시험이 며칠 후로 다가와 ‘청소년 자살’이 우려된다. 청소년 자살의 특징은 주변 환경이나 외부영향으로 인한 스트레스, 괴로운 현실을 도피할 충동적 감정, 그리고 자살 직전 상황이 많은 영향을 준다.

최근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교육과학기술부가 전국 중학교 400곳, 고등학교 400곳의 중1~고3 학생 총 7만523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우울증 경험이 남학생보다 여학생이, 중1에서 고3으로 올라 갈수록 높게 나타났고, 서울 거주 학생이 타 지역에 비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서울시교육청은 내년부터 서울지역 학교에 다니는 중·고교 1학년생은 우울증 검사를 받게 한다고 하니 다행이지만, 1학년 신입생보다는 학교생활에 스트레스가 누적된 2,3학년을 대상으로 우울증 검사를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생각된다.

의료분쟁을 다뤄야하는 업무를 처리하다보면 분쟁의 당사자는 물론 업무 담당자들도 때론 우울함을 느낀다. 누군들 병원에 가고 싶을까 원치 않은 질병으로 병원신세를 진 환자가 뜻하지 않은 ‘의료사고’로 피해구제를 신청하게 되면, 그 상대인 ‘의료인’과 ‘환자’ 사이에서 분쟁담당자는 삼각관계에 처하게 된다.

분노와 상실감이 극에 달한 소비자는 ‘유서를 써 놓고 죽을 준비 끝냈다’, ‘집 안에서 목 메달 도구만 찾고 있다’며 반 협박조로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한다. 반면에 간혹 의료인 중에도 ‘아무도 없는 독도에 가서 살고 싶다’, ‘차라리 목메고 죽고 싶다’는 비참함을 토로하기도 한다.

샌드위치처럼 양 당사자 사이에 끼어있는 분쟁담당자도 이런 말을 들을 때면 업무를 완벽하게 해결해야 된다는 부담감 저 편에 우울함이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수년간 의료분쟁 업무를 하면서 양당사자간의 다양한 배경과 감정을 공감할 때 마치 인생 공부를 하고 있는 느낌이다.

우울증은 유전적으로 가족 중 우울증 환자가 있는 경우 2~10배 발병 위험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에게 의존적이고 열등감이 강한 사람, 지나치게 양심적인 사람에게 발생가능성이 높은 우울증을 극복하려면 새로 주어진 한 날에 감사와 사랑으로 무장하는 것이리라. 며칠 전 분쟁이 잘 해결되어 소비자로부터 카드를 받았다.

"속상했던 것들 언제나 들어주시고 다독여주시고 또 잘 해결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잊지 못 할 거예요. 늘 건강하세요.“ 하트에 꽃이 담긴 예쁜 카드, 그 곳에 담긴 감사의 마음으로 인해 우울하고 지친 마음이 훨훨 날아 갈 듯 기쁨으로 바뀌었다. 분쟁을 확실히 매듭지은 그 자체도 좋은데 감사하는 마음까지 전달받은 그 기분을 상상해 보세요.

당신이 삶을 살면서, 일을 하는 현장에서 얻는 스트레스로 우울증을 겪고 있다면 작은 일에도 감사할 줄 아는 마음, 누군가를 배려하고 이해하는 마음, 자기 자신은 물론 다른 누군가를 용서하고 사랑하는 마음, 자연에서 스치는 작은 풀 하나, 이름 모를 들꽃 한 송이에도 생명이 깃들어 있어 소중하다는 생각을 가져보시라.

“숨쉬고, 뒤척이고, 가려움을 느낀다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삶의 행복은 지극히 사소한 것들에서부터 시작된다.” 교통사고로 목 부위 척추(경추4번)손상을 입고 휠체어에서 생활하는 ‘이상묵’교수의 고백이다. “나는 언제나 운이 좋았다.

위기나 기회의 순간마다 누군가의 도움이 있었다. 그리고 나는 남들과 조금 다른 길을 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 덕분에 지금도 예전과 마찬가지로 나는 하늘이 내린 행운을 누리고 있다.” 그는 장애를 가진 뒤 자신의 세계가 오히려 더 넓어졌다며 '0.1 그램의 희망‘을 전한다.

우울한 마음을 치료할 수 있는 한 마디의 정겨운 말을 주위 직장 동료에게 전할 수 있는 여유 있는 마음이 그리운 계절 ! 미국 여류시인 ‘에밀리 디킨슨’ 시(고 ‘장영희’교수 번역)를 소개하고 싶다. 자기 자신은 물론 누군가를 아끼고 소중히 여기며 용서하고 이해하는 마음, 생명의 근원, 우주를 흔드는 거대한 사랑의 힘을 노래한 시 한편으로 오늘도 충만한 기쁨을 누릴 수 있기를 바라면서... .<한국소비자원 정책연구본부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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