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소비자뉴스=기획취재팀] “여기(슈퍼)에 있는 박카스 등 의약품과 음료수들은 다 도매상에서 가져와요."

서울 봉천동 한 슈퍼 주인이 박카스를 가져온다고 말한 서울시내 한 음료수 도매상을 11일 오후 찾아갔더니 그 도매상 창고에는 수십 박스 분량의 박카스가 다른 음료수들과 함께  쌓여있었다. <사진>

이 음료수 도매상 관계자는 "박카스 외에도 다른 의약품들을 소매점에 다 공급해줄 수 있다"고 자랑했다.

일반의약품인 박카스나 유명 의약품 음료를 일반 소매점으로 유통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도매상에서는 박카스를 1박스(100개)에 4만원선(4만1000원~4만 2000원)에서 소매점들에게 팔고 있었다.

일부 음료수 도매상의 박카스 불법 유통을 뒷받침하듯, 박카스등을 불법 판매하고 있는 서울시내 한 슈퍼마켓 주인은 “도매상에 가면 없는 게 없다”고 실토했다.

취재결과 박카스 등 일부 의약품들이 불법 유통되는 루트는 두가지다.

하나는 의약품 도매상에서 중간브로커를 거쳐 음료수 도매상으로 넘어가는 루트다.

제조업체에서 의약품 도매상으로 넘어온 박카스가 중간브로커를 거쳐 싸게 음료수 도매상에 넘어 오는 것이다.

음료수 도매상 관계자는 "의약품 도매상들이 제조업체에서 박카스를 납품받고 남은 박카스를 브로커들이  음료수 도매상에 덤핑으로 넘긴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음료수 도매상이 이런 의약품을 소매상에 넘겨 박카스 슈퍼 판매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의약품 도매상으로부터 박카스 등을 납품받는 브로커들,즉 중간상들은 음료수 도매상들과 박카스 등 일부 의약품들을 무자료 등 음성적으로 거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의약품 도매상이 직접 소매상과 거래하는 의혹과  정황들도 취재 안테나에 포착됐다.

일부 의약품 도매상들이 제조업체인 동아제약에서 박카스를 '합법적으로' 납품받은 뒤 소매점에 불법 유통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서초동 한 마트 주인은 “손님들 서비스 차원에서 박카스를 갖다 놓는데 약국 도매상에서 (박카스를) 사가지고 온다”고 털어놨다.

결국 박카스 불법 유통에 음료수 도매상과 의약품 도매상이 모두 알게 모르게 개입하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만해도 동아제약의 음료수 계열사인 동아오츠카 영업라인쪽 영업 직원들이 박카스를 슈퍼 등지에 직접 공급하는 경우가 더러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 들어서는 중간브로커들이 박카스 불법 유통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

음료수 도매상 관계자는 "과거에는 제조업체 영업사원들이 물건을 직접 납품해 줬는데 요즘은 영업사원들이 그만두고 오지 않는다"면서 "중간상을 통해 박카스 등 의약품들이 들어오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관련 제조업체 관계자들은 "박카스 등은 의약품 도매상들하고만 거래를 하고 있으며 슈퍼로 공급되는 부분은 잘 모른다"고 해명했다.

동아제약 신동욱 전무는 “박카스는 의약품 도매업체하고만 거래한다”며 “(일반 소매점) 도매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동아제약 박카스 영업전략팀 김학용 차장은 "박카스 유통에 문제가 많아 지난해말부터 도매상들을 정리하고 있다"면서 "박카스는 약국에서만 판매해야 하는 의약품이며 중간상의 존재는 모른다"고 말했다.

또 동화약품 관계자도 “이런 일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라며 “아마 매출을 올리려고 (도매상에서) 그러는 것 같은데 의약품 도매상은 현재 본사에서 관리를 하고 있지만 그 외 도매상까지는 사실상 관리가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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