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근 건약 정책기획팀장

코로나19의 확산은 날로 무서워진다. 이제 대륙의 구분없이 20개 국가에서 지역사회 감염이 보고되고 있다.

WHO(세계보건기구)는 이런 상황에서 28일(현지 시각) 세계 위험 등급을 ‘매우 높음(very high)’까지 격상했다. 거기에 한국의 사정은 조금 더 특별하다. 지난 열흘 동안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4일(0시 기준) 현재 5328명에 달하며 국가별 10만명당 확진자 수는 8.4명으로 중국 5.6명을 넘어 가장 많은 국가가 됐다.

전 세계적인 감염병에 대한 공포가 날로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아직 백신에 대한 개발은 요원하다. 백신이 개발되더라도 그 유효성을 증명하는 임상시험을 통과하려면 올해 안에 만나기 어려울 수 있다.

다행히 치료제에 대한 대안들은 생각보다 일찍 나타날 것으로 여겨진다. 현재 여러 후보 중 가장 유망한 치료제는 길리어드사이언스사의 렘데시비르(Remdesivir)다. 이 치료제는 WHO의 보고서에서도 가장 유망한 후보군으로 설명하고 있으며, 실제 미국과 중국에서 임상시험을 진행하거나 진행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길리어드가 렘데시비르에 대한 3상 임상을 승인했다.

하지만 한국의 임상시험은 그 전 중국이나 미국의 대응과 사뭇 다른 부분이 있다. 중국과 미국의 렘데시비르 임상시험의 스폰서는 중국 수도의과대학(capital medical university)과 미국립보건원(NIH) 내부의 국립 알러지 및 감염증 연구소(National Institute of Allergy and Infectious Diseases, NIAID)로 모두 공공기관이 주도하지만, 한국 식약처에서 밝힌 임상은 제약사가 주도하는 상업적 임상시험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과 미국은 왜 공공에서 주도하는 임상시험을 하는 걸까? 이는 감염병치료제라는 특성에서 기인한다. 코로나 바이러스 일종인 사스(SARS)가 유행한 2003년 이후 코로나 관련 치료제에 대한 요구들이 있었음에도 제약사들은 감염병 관련 치료제가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연구를 진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10여년간 이윤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필수적인 치료제를 개발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에 따라 공공자금과 공공연구기관들의 주도로 치료제 연구개발이 진행됐다. 그리고 현재 논의되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 관련 치료제 상당 부분은 공공자금에 의존한 연구들로 개발된 치료제들이다. 이러한 공공 부문의 연구들은 지금 코로나19를 대응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렘데시비르 또한 그러하다. 기존에 에볼라바이러스 치료제로 시작한 이 물질은 NIH 등 공공연구기관이나 공공자금의 지원을 받아 진행됐으며, 이 치료제가 코로나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발견한 것 또한 공공 연구기관들이다. 그러한 개발 과정들로 현재 중국과 미국의 임상시험이 물질특허를 가지고 있는 민간기업이 아닌 공공기관 주도로 진행될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길리어드는 한국에서 상업적 임상시험을 신청했다. 치료제 개발에 민간기업이 참여하는 건 너무나 자연스럽지만, 깊은 우려가 드는 것은 왜일까?

7년 전 개발됐던 길리어드의 C형간염 치료제인 소발디는 공공 연구기관에서 초기물질이 발견됐지만, 민간 제약사가 인수한 뒤 한 알에 100만원에 달하는 치료비용으로 고가 치료제로서 악명을 떨쳤다. 화이자-아스텔라스의 전립선암 치료제인 엑스탄디도 대학 연구소에서 유래됐지만, 국내에 높은 의약품 가격 때문에 위험분담제(RSA)로 도입됐다.

우리는 민간 제약회사가 필수적인 의약품 개발에 얼마나 무능했는지 알고 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공공 연구, 공공자금을 활용했지만 개발된 치료제의 가격이 우리에게 어떤 문제를 일으켰는지 또한 알고 있다.

현재 코로나19 치료제가 정말 필요한 치료제이고 향후 가격 문제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한다면, 우리도 이번 기회에, 중국과 미국이 그러했듯 코로나19 치료제에 대한 공적인 임상시험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자료 독점권 확보 등 향후 의약품 도입 과정에 대비해야 한다. 그리고 길리어드의 다된 밥상에 숟가락 얹는 행위에 방관자적인 정부가 된다면 이후 과도한 의약품 가격으로 훨씬 비싼 대가를 치를 수 있음을 기억하자.<건강사회를 위한 약사회 정책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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