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소비자뉴스=이형준 기자] #1. 주말 강남성모병원앞 대형 문전C약국.

 아침인데도 성모병원에서 처방을 받으려는 환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약국 한켠에는 일반약 슈퍼판매의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박카스와 까스활명수가 박스채로 쌓여 있었다.

이 약국에서는 박카스 100개들이 한박스에 4만5000원, 가스활명수 120개들이 한박스에 6만6000원에 팔고 있었다.

여 약사에게 “박카스와 까스활명수를 박스채로 살 수 있냐”고 묻자 그는 “그렇다. 사겠냐”고 했다. 이 약사는 박카스나 까스활명수를 과용할 때 부작용이 무엇인지, 지금 어떤 증상에 시달리고 있는지에 대한 것은 묻지 않았다.

“박카스를 하루에 한 병이상 먹어서는 안된다”는 기초적인 복약지도는 언감생심 기대할 수조차 없었다.

#2. 서초동에 한 빌딩. 자주 밤을 새우는 탓에 밤낮이 바뀌어버린 이 건물 60대 경비원 김모씨는 자주 피로감을 느껴 피로회복제로 박카스를 곧잘 마신다.

경비실에 남아있던 박카스 2병을 다 마신 것도 모자라 같은 건물안에 있는 약국에서 박카스 한 병을 더 구입해 마셨다.

김 씨는 약사에게 “오늘만 벌써 세 병째 마신다”고 말했으나 이 말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던 약사는 “그럼, 비타민제를 먹어보라”며 새로나온 제품들을 권했다.

#3. 남현동에 사는 주부 박모씨(34)는 으슬으슬 감기몸살 기운이 있어 집근처 C약국에서 쌍화탕을 구입했다.

박 씨는 “조금 전 집에 있던 것을 한 병 마시고 또 한 병 마시는 것인데 괜찮겠냐”고 얘기했지만 약사는 “그러냐”고만 할 뿐 복약지도는 없었다. 약사의 머리위로 걸려있는 ‘복약상담’이라는 간판이 무색했다.

#4. 서초동에 사는 직장인 윤모씨(37)는 점심때 과식을 해서인지 속이 더부룩해 퇴근길에 집근처 B약국에서 ‘훼스탈’을 찾았다. 약사는 낮에 무엇을 먹었냐고 묻더니 여러 제약사들에서 나온 다양한 제품의 소화제들을 이것저것 권하기 시작했다. 세 종류의 약을 한꺼번에 권하며 “이렇게 먹으면 효과가 좋을 것”이라고 했다. 무려 훼스탈 값의 2배가 넘는 가격이었다.

#5. 여고2년생 이모양은 학업스트레스 때문인지 요즘 두통으로 고생하던 중 미아동의 F약국을 들러 ‘게보린’을 달라고 했다. 약사는 이양이 달라는대로 별말없이 ‘게보린’ 건네줬다. 그것도 청소년 오남용과 부작용 논란 속에 있는 문제의 '게보린'을-.

수많은 시내 약국들 중 어느 곳 하나 약사의 복약지도가 제대로 이뤄지는 곳을 찾기란 어려웠다.

처방전없이 구입할 수 있는 일반약은 비교적 부작용이 적은 상비약들이다.

그러나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는 소비자들이 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약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각 의약품의 지시사항이나 주의사항을 따라야 한다고 당부하고 있고,약사가 복약지도를 하기로 되어 있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복약지도 단일교육은 이뤄지지 않고 연수교육 때 복약지도 교육을 같이 하고 있다”며 “복약지도에 관한 책이나 일반의약품 가이드북을 제작해 각 약사들에게 충분한 복약지도를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복약지도는 약사들의 재량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선 약국가에서 제대로된 복약지도는 이뤄지고 있지 않았다. 소비자로서 일반약품의 슈퍼판매와 약국판매의 차이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야말로 약사와 약국이 박카스, 까스활명수 하나라도 더 못 팔아 안달하는 모습에 복약지도를 통한 국민건강론은 뒷전이었고, 약사들이 그토록 주장하는 일반약 약국외 판매 불가론도 더 이상 설득력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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