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코로나19로 한 해가 뜨고 저물었다. 확진자와 사망자가 쏟아지는 가운데 지구인 전체의 생활이 코로나19와 연관되어 힘든 세상을 견디고 있다. 아직도 진행 중인 코로나 열병은 백신 개발로 새해에는 희망을 기대하고 있다. 또 백신 개발에 몰두한 글로벌 제약ㆍ바이오 기업은 최단 시간에 백신 개발에 성공하는 업적을 이뤄내기도 했다. [사진=외신 캡쳐] 

2020년 최고의 화두는 의심할 바 없이 코로나19 대유행이었다.

1월22일 중국에서 440명 이상을 감염시키고 9명이 사망한 첫 보도가 외신을 타고 들어오면서 끔찍한 지구촌 재앙은 막을 올렸다. 미국 바이오 전문 매체 바이오스페이스가 선정한 2020년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관련 10대 뉴스를 추려봤다. 이 매체는 코로나19 10대 뉴스 선정에 뉴스 밸류보다는 이슈 위주로 골랐다고 밝혔다.

길리어드 사이언스 '베클러리'(Veklury 렘데시비르) 승인 = 렘데시비르가 2020년 봄에 코로나19에 대해 최초로 긴급사용 승인(EUA)을 받고 지난 10월22일 승인될 것이라는 사실을 아무도 몰랐다. 당시에는 유일한 치료제였지만, 이 약의 효능에 특히 깊은 인상을 받은 의사나 분석가는 거의 없었다. 전 세계가 코로나19 해결사를 찾던 와중에 올 4월 길리어드는 렘데시비르에 대한 임상 3상(SIMPLE)에서 5일 및 10일간 중증 환자의 복용량을 평가한 고무적인 결과를 보고했다. 또 미국 국립 알러지ㆍ전염병연구소(NIAID)에서도 이 약에 대한 긍정적인 데이터를 발표했다.

결과는 유망했지만 그렇다고 눈부시지도 않았다.

코로나19 환자 39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임상에서 렘데시비르와 표준요법을 5일간 병용한 그룹이 표준요법 단독그룹에 비해 65%의 증상 개선율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5일 투여한 그룹과 10일 투여한 그룹 간 통계학적 차이는 뚜렷하지 않았다. 다만 이 결과는 의약품 공급이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좋은 소식이었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에서 실시한 임상에선 렘데시비르가 환자의 생존에 특별한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보고했다. 이후 세계보건기구는 코로나19에 대한 권장 치료 목록에서 렘데시비르를 삭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렘데시비르라는 일반명으로 더 잘 알려진 베클러리는 여전히 코로나19 치료제로 쓰였다.

화이자-바이오엔텍 백신 = 미국 FDA는 이달 10일 화이자와 바이오엔텍이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첫 번째 mRNA 백신을 긴급사용 승인을 했다. 이 백신은 수일 내에 미국, 영국, 유럽에 전달되어 16세 이상의 환자에 사용토록 승인됐다. 미국 정부는 12월23일에 화이자와 내년 7월31일까지 1억 도즈 공급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모더나 백신 = 화이자-바이오엔텍 긴급사용 승인 일주일 후 모더나도 화이자와 유사한 mRNA 코로나19 백신을 승인받았고 이달 21일부터 미국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화이자-바이오엔텍과 달리 모더나 백신은 미국 국립 알러지ㆍ전염병연구소와 공동으로 미국 정부의 초고속 작전(OWS)의 자금지원을 받고 개발됐다.

릴리의 중화항체치료제 '밤라니비맙'(bamlanivimab) 승인 = 미국 FDA는 지난달 9일 코로나19로 입원 위험이 높은 12세 이상의 성인 및 소아 환자를 위해 이 약을 긴급사용 승인을 했다. EUA 승인은 경증~중등도로 진단된 환자에 대한 임상 2상(BRAISE-1) 결과를 기반으로 했다.

리제네론의 항체 치료제 REGN-COV2 긴급사용 = FDA는 지난달 22일 리제네론의 항체 칵테일(카시리비맙+임데비맙)을 12세 이상 40kg 이하 경증 환자를 위해 긴급사용을 허가했다. 한편 리제네론은 임상 1,2,3상에서 확보된 고무적인 최초 자료를 지난달 29일 공개한 바 있다. 회사 측 자료에 따르면 REGN-COV2로 치료한 혈청검사 음성 환자들은 숨지거나, 기계적 인공 호흡을 필요로 하기에 이른 비율이 낮게 나타났다.

백악관 초고속작전(Operation Warp Speed) = 트럼프 행정부가 코로나19 백신을 빠르게 개발ㆍ배포하는 민-관 협력 작전은 올 4월29일에 처음 발표됐었고 5월15일에 공식적으로 출범됐다. 3월27일 미국 의회가 통과시킨 CARE법에 근거해 약 100억달러의 자금 지원을 받았다. 미국 행정부는 5월에 개발 가능한 93개의 백신 프로그램을 14개로 압축시키고 여기서 다시 6개의 백신 프로그램을 제외시켰다. 존슨&존슨,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대, 모더나, 노바벡스, MSD-국제에이즈백신계획(IAVI), 사노피, GSK. OWS 등은 백신 개발을 위해 각 프로그램에 수십억 달러가 투자됐다.

과학적 연구 봇물 = 올해는 mRNA처럼 새로운 기술과 전통적인 백신 기술을 포함해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는 과학적 연구가 많았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인이 과학, 백신 기술, 임상, 면역학, 회복기 및 치료 항체에 이렇게 많은 관심을 보인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이 중 상당 부분은 전 세계 연구원들 간의 공개 커뮤니케이션과 작년 12월 말 사스-CoV-2 바이러스 유전자 지도 완성 등 각국 정부와 학계 및 연구단체에서 일하는 수십만 명의 연구원들의 노력 덕분이었다. 

네이처는 이에 대해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 속도는 과학적 통찰력에 따라 일치됐다”며 “사스-CoV-2 바이러스가 발견되자마자 전 세계 연구단체들이 조사에 나섰다”고 밝혔다. 이후 1년도 안돼 여러 가지 백신이 개발되어 승인, 유통됐다. 이런 백신 개발 속도는 과거에 가장 빨리 개발한 것이 4년인 점과 비교하면 코로나19 백신 개발은 ‘빛의 속도’로 평가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몽니' = 트럼프 대통령과 코로나19 대처가 얼마나 복잡한지 한 두 단락으로 요약하기는 어렵다. 대유행 초기인 2~3월에 트럼프는 말라리아 치료제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과학적 입증 자료도 없이 ‘게임 체인저’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정치적, 문화적 불씨가 됐다. FDA는 3월30일, 이 약물에 대한 긴급사용을 승인했지만 6월15일 철회시켜 버렸다. 트럼프는 코로나19에 걸렸을 때도 몇 달 동안 이 약이 효과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 트럼프는 감염병 세계 최고의 전문가인 앤소니 파우치(Anthony Fauci) 미국 국립알러지ㆍ감염병연구소장과 치열한 싸움(cat-and-mouse game)을 했다. 트럼프는 파우치가 어떻게 틀렸는지에 대해 공개적으로 말했고 해고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암시하면서도 파우치가 얼마나 착한 사람인지도 말했다. 트럼프는 9월24일 백악관이 백신에 대한 엄격한 EUA 지침을 무시할 수도 있다고 암시를 했다. 또 트럼프는 12월 11일 화이자-바이오엔텍의 백신을 긴급사용 승인을 하지 않으면 스티븐 한 FDA 국장을 해임하겠다고 위협을 했다.

트럼프와 아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화이자가 자신을 나쁘게 보이도록 백신 임상 결과 발표를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로 연기하고 있다고 비난도 퍼부었다. 

벤처 캐피털 펀드 = 코로나19와 직접 관련되지는 않았지만, 많은 기업들이 생명과학 벤처캐피털 펀드를 출시했다. 일부에선 이것이 팬데믹(대유행) 상황으로 관심이 증가하자 대응하는 것이라고 했다. 예를 들어 4월2일 매사추세츠에 소재한 벤처 캐피털 회사인 플래그십 파이니어링(Flagship Pioneering)은 생명공학 신생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7번째 펀드로 11억달러에 마감했다고 발표했다. 플래그십은 1월부터 자금을 조달하기 시작했다. 같은 날 아치 벤처 파트너스(Arch Venture Partners)는 총 14억6000만달러 규모의 초기 단계의 생명공학기업에 투자할 신규 벤처캐피털펀드 2개를 발표했다.

헬스케어 관련 투자기업인 디어필드매니지먼트(Deerfield Management)는 4월6일 8억4000만달러로 의료혁신펀드 기금을 모았다. 이 펀드는 의료 서비스 개선과 관련된 새로운 치료법 및 기술을 가진 벤처에 대한 투자에 중점을 둔다. 또 유럽의 생명과학 벤처 캐피털 회사인 포비온(Forbion)이 12월8일에 5번째 펀드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생명과학 회사에 4억6000만 유로를 투자키로 했다.

크리스퍼(CRISPR) 유전자 가위기술 노벨 화학상 수상 = 유전자가위 기술을 개발한 공로로 스웨덴 우메오대의 에마뉘엘 샤르팡티에 교수와 미국 UC버클리의 제니퍼 다우드나 교수가 올해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유전자가위 기술은 세균이 바이러스를 물리치기 위한 생물학적 과정을 이용, 특정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시키거나 유전자 서열을 바꾸는 데 이용 가능하며 더 나아가 치료할 수 없다고 알려진 사람의 유전질환에 대한 치료의 가능성을 열었다.

CRISPR 유전자 편집이 생물학과 의학의 혁명을 일으키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데, 이와 연관돼 괴란 한손(Göran K. Hansson) 스웨덴 왕립과학원 사무총장은 “삶의 법칙을 다시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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