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소비자뉴스=연지안 기자] CJ제일제당의 한미약품 영업 핵심 인력 빼가기 파문이 한미약품의 영업기반ㆍ직원들의 사기를 뿌리째 뒤흔드는 메가톤급 파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제약업계의 최상위권인 한미약품(대표이사 사장 이관순)이 제약계 후발 대기업 CJ제일제당(대표이사 김홍창)에 최근 영업인력을 대거 뺏기자 충격과 자괴감에 빠졌다.

CJ제일제당이 지난1월 한미약품이 공들여 키워온 20여명의 전문의약품 대리급 영업사원들을 대거 빼간 게 사태의 발단이다.

허를 찔린 한미약품은 "조직적으로 영업인력을 빼갔다"고 노골적으로 비난하고 나선데 이어 CJ제일제당을 불공정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최근 신고했다.

올초부터 제약업계에 영업사원 스카우트 바람이 불기는 했지만 공들여 키워온 영업인력이 한꺼번에,그것도 대형 제약사에서 빠져 나간 전례가 드물다는 점에서 이번 인력빼가기 파문의 후폭풍은 적지않을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인력을 대거 빼갔나

인력 스카우트 사태 전말은 이렇다. CJ제일제당이 지난1월 40명의 경력직 영업사원과 30명의 신입 영업사원 등 총 70명의 영업사원을 채용하면서 한미약품 전문의약품을 담당하는 경력직 영업 사원들을 대거 빼냈다.

문제는 채용 절차와 방식이다. CJ제일제당이 한미약품에서 인력을 대거 빼가면서 경력공채 방식으로 채용을 진행하지 않고 추천받거나 평소 눈여겨온 한미약품 우수 사원들을 ‘스카우트’란 명분아래 모조리 빼간 것이다.

이와관련 한미약품은 “CJ제일제당이 자사 각 영업 지점장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우수한 인력 채용을 독려했다"고 주장했다.

한미약품은 호남지역의 베테랑 영업인력을 모조리 데려가 영업기반이 흔들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대해 CJ제일제당은 호남지역 뿐아니라 여러 지역에서 골고루 채용했다고 해명했다.

무엇보다 한미약품이 반발하고 있는 것은 CJ제일제당의 무차별적인 스카우트 방식이다.

어렵사리 인재들을 뽑아 수년간 많은 비용과 노력으로 공들여 키웠는데 한 회사에서 조직적으로 대거 핵심 인력을 빼간 것은 상식과 금도를 넘어선 비도적적 행태라는 지적이다.

한미약품 측은 "영업 인력을 육성하는 데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간데다 매출 1조원도 안되는 영세한 국내 제약사가 교육해 놓은 인력을 대기업 계열사가 경력사원으로 스카우트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난했다.

이에대해 CJ제일제당측은 “부당한 방식으로 인력을 스카우트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기업 입장에서 우수한 인력을 채용하려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야말로 이번 CJ제일제당의 인력스카우트는 삼성 스타일이다. 브랜드에서 경쟁사에 앞선 삼성은 경쟁사보다 많은 급여와 복지를 제공하고 우수 인력을 빼가는 수법이다. 한때 삼성의 계열사였던 CJ제일제당이 인력빼가기에서 삼성 그 방식,그대로 본딴 것처럼 보인다.

◇메가톤급 후폭풍 어디로

이번 CJ제일제당의 대거 인력빼가기는 한미약품 한 회사의 영업기반을 송두리째 뒤흔들었을 뿐아니라 제약업계 전반적인 인력빼가기의 혼탁한 풍토로 이어질 것으로 관련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한미약품이 공정위에 인력 빼가기와 관련해 판단을 요구한 것도 CJ제일제당의 이같은 무차별적이고 무자비한 채용 방식의 불공정 여부를 따지겠다는 것이다.

이런 채용 방식이 용인될 경우 영세 업체들은 살아남기 힘들다는 위기의식에서다. 앞으로 인력스카우트에서 불공정한 게임이 지속될 경우 인력 유출이 심화될 수 있고,업체들의 인재 육성 부담은 더욱 가중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제약업계는 다국적사와 대기업 계열사 등 대형사의 불공정한 대규모 스카우트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원론적 입장만 견지하고 있다.

무엇보다 최근 제약업계에 대기업들이 뛰어들고 무한경쟁으로 가면서 스카우트 풍토도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필요에 따라 업체들 간에 인력이 이동됐지만 CJ,삼성 등 대기업들이 후발로 제약업에 뛰어들면서 ‘스카우트’물이 점차 흐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제약협회도 최근 '부당한 인력 유출 등은 하지 말라'는 공문을 회원사들에게 보내고 자체 교육을 통한 인재 양성을 권하고 있는 입장이지만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

한미약품은 공정위 신고를 통해 인력빼가기에 대한 제재와 패널티를 통해 제약업계의 무분별한 스카우트 풍토를 개선시키거나 제동을 걸기위한 의도가 크다.

◇공정위 입장은··· 과거 솜방망이 처벌로 실효성없어

이번 사태가 해당 제약사에 대한 처벌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공정위에 따르면 제약사를 포함해 기업 간 인력 스카우트와 관련한 신고가 들어온 사례가 드문데다 부당 스카우트에 대한 처벌 건수도 많지 않아 전례가 드물다.

지난 1997년 현대오토엔지니어링이 모회사인 현대자동차의 지휘 아래 자동차 설계 업체인 리빙인재개발의 전체 인력 50명 가운데 41명을 스카웃해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은 게 고작이다.

이와 관련 공정위 관계자는 “불공정 스카우트 신고 건의 경우 인력 유출 규모와 함께 유출 목적이 경쟁 기업의 영업 방해 등에 있는지를 중심으로 판단한다”며 “그러나 불공정하다고 판단하는 인력 유출 규모가 정해져 있는 게 아니고, 업무 방해 목적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것도 쉽지 않아 시정명령을 내리는 정도”라고 했다.

공정위의 불공정 스카우트 기준이 불분명하고 제재와 처벌 또한 솜방망이여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이번 한미약품의 CJ제일제당의 부당 스카우트 신고도 형식적으로 끝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앞으로 삼성도 바이오사업에 뛰어들며 관련 핵심 인력의 대규모 스카우트가 예상되고 있어 제약업계도 이번 CJ제일제당의 한미약품 인력 빼가기는 무자비한 삼성식 인력 빼가기의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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