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부터 시범사업으로 추진하는 '한국형 상병수당 제도'가 사회보험 방식으로 운영하고 직장 및 지역 가입자 등 모든 근로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 임승지, 이용갑, 이정면 연구원은 최근 ‘외국의 상병수당 제도에 관한 비교 연구’ 보고서를 공개했다.

상병수당(Cash-sickness-benefit)은 질병으로 인한 소득상실을 사회보장 체계로 보장해주는 제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중 우리나라와 미국에만 없는 제도다.

연구원들은 국제사회보장기구(ISSA) 182개 회원국과 OECD 36개 회원국의 의료보장제도와 상병수당 제도를 비교하여 우리나라에 상병수당 제도 도입을 위한 정책적 조언을 했다.

상병수당 제도운영 형태=ISSA 182개 회원국 중 공적 상병수당을 도입한 161개 국가에서 사회보험 방식 96개국, 조세 방식 4개국, 혼용방식 5개국, 고용주 부담이 56개국으로 나타났다. 의료보장제도의 재원이 조세 방식이든 사회보험방식이든 상병수당 제도는 사회보험방식으로 운영하는 국가가 가장 많았다.

사회보험방식의 경우 건강보험에 속해 있거나 건강보험과 함께 관리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며 고용보험이나 연금보험과 함께 운영하는 국가들도 있었다. 슬로바키아, 스웨덴, 터키는 상병수당과 출산 수당만 보장하는 사회보험이, 이탈리아는 상병수당만을 보장하는 사회보험이 따로 있다.

재원조달=ISSA 회원국 중에서 상병수당 제도 재원 조성을 조세로 운영하는 국가는 호주, 뉴질랜드, 덴마크, 아이슬란드의 4개 국가에 불과했는데 이들 국가는 의료보장제도도 조세로 운영하고 있었다. 의료보장제도를 사회보험으로 운영하는 국가 중에서 상병수당 제도를 조세 방식으로 운영하는 국가는 없었다. OECD 32개 회원국 중 28개 국가는 사회보험방식의 상병수당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이 중 13개 국가가 별도의 상병수당 보험료를 징수하여 운영하고 7개 국가는 건강보험, 6개 국가는 연금보험, 2개 국가(캐나다, 네덜란드)는 고용보험에서 각각 상병수당을 포함시켜 운영하고 있었다.

보고서는 건강보험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 상병수당 제도를 사회보험방식으로 운영하는 것이 보편적인 경로의존적 형태가 될 수 있다. 왜냐면 상병수당 제도는 아파서 일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일정 기간 현금지원을 통해 소득을 보전해주는 사회보장제도로 연동되는 여타 사회보장제도와의 상보적・유기적 관계가 매우 중요한데 우리나라의 경우 사회보험제도가 주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소득 및 자산 수준과 상관없이 전체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는 보편적 상병수당 제도를 도입할 경우, 건강보험 제도와 연동하여 상병수당을 지급되는 방식이나 별도의 상병수당 보험료를 부과하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상병수당의 재원 조달에 있어서는 ILO는 근로자 부담 보험료 기여액이 50%를 초과하지 않아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즉 나머지는 고용주 혹은 국가가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OECD 대부분 국가가 국고지원을 하고 있었다.

우리나라는 현재 저소득 취약계층을 위한 건강보장제도로 조세에 기반한 의료급여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우선적으로는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지원 정상화와 함께 저소득 취약계층에 대한 국고지원이 이루어지는 방향으로 잡아야 한다.

누구에 지급하나=일본,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이탈리아, 멕시코, 스페인 등 일부 국가는 직장 근로자만을 대상으로 제한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OECD 국가들은 직장 근로자뿐만 아니라 자영업자 등 지역근로자도 포함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 국민 건강보험 제도를 운영하고있어 직장과 지역근로자를 모두 적용대상으로 설정해야 할 것이며 이를 통해 재원조달의 지속가능성과 사회 연대성을 모두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건강보험 가입자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피부양자까지 포함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슬로바키아, 독일, 룩셈부르크 등 일부 국가에서는 배우자 및 일정 연령 이하의 자녀를 간병하는 기간에도 상병수당을 제공하기도 하지만 이는 소수사례이며 상당한 비용을 야기할 수 있다.

수급자격 조건=상병수당 제도는 질병 및 부상으로 인한 근로 능력 상실이 증명되어야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있다. 대부분 OECD 국가에서는 상병수당급여를 지급하는 공적 운영기관에 고용된 상근의사 또는 계약 의사가 근로 능력 상실 자격을 심사하거나, 의사ㆍ간호사ㆍ약사 등 보건의료전문가로 구성된 별도의 공적 기관을 운영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는 이미 건강보험의 관리운영과 관련하여 공적 보험자인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전문평가기관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설립되어 있으므로 이들 기구에서 관련 전담인력을 증원하거나 보건의료전문가들을 위촉하여 위원회를 운영하는 방법이 효율적이다.

산재보험의 휴업급여를 받기 위한 산재판정은 근로복지공단에서 수행하고 국민연금의 장애 급여를 받기 위한 장애판정은 국민연금공단에서 수행하고 있어 제도별 특성을 반영한 근로 능력 및 장애판정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따라서 상병수당을 도입하면 휴업급여와 장애급여 등 중복급여를 방지하고 근로 능력 판정이라는 동일업무를 중첩적으로 수행하는 행정의 비효율을 차단하는 유기적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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