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의협)가 지난주말 “앞으로 코로나 환자 가운데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자가 무더기로 속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고 정부는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방역완화를 중지하라고 촉구했다. 코로나 확진자수가 하루 40만~60만명씩 폭증했는데도 정부가 오히려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하자 의사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이에 앞서 정부는 하루 코로나 확진자수가 62만명으로 급증한 다음날인 18일 사적모임 인원을 6명에서 8명으로 늘리되 식당ㆍ까페 등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은 종전과 같이 계속 오후 11시까지로 유지시켜 21일부터 시행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지난달 18일과 이달들어 4일에 이은 3번째 거리두기 완화조치였다. 확진자수가 급증하는데도 거리두기조치를 완화하는 이유를 도대체 알 수 없다.

코로나 확진자수가 이처럼 폭증하자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 수 만해도 하루 300~400명에 이르러 전국에서 영안실이나 화장장을 구하지 못해 장례식을 연기하는 사태까지 빚어지고 있다. 모든 국민이 ‘처음 경험하는 세상’이 됐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 화이자사의 먹는 치료제 ‘팍스로비드’ 부족사태가 전국 곳곳서 빚어지고 있다. 대부분 지역에서는 팍스로비드를 의사가 처방을 해도 실제 약국에서 구하지 못해 환자들의 속만 태우고 있다고 한다. 의협의 코로나 확진자 ‘무더기 사망’론이 괜한 걱정이 아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팍스로비드 계약물량은 76만2000명분이지만 이 가운데 지금까지 국내에 들여온 것은 21.4%인 16만3000명분에 그치고 있다. 이중 지난 17일까지 사용된 것은 7만4514명분이고 8만8276명분이 남아있다고 했다. 그러나 팍스로비드는 증상이 나타난지 5일 이내에 복용해야 입원 및 사망률을 88% 낮출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필요한 시점에 제때 복용하지 않으면 효과가 없어 중증환자들은 죽음에 이를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코로나 중증진행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현재로서는 팍스로비드 복용외에는 없다는 것이 의료계의 판단이다. 그런데도 공급이 안되고 있어 확진자들과 의료현장의 불만이 팽배하다. 의료계는 이에 대해 정부가 치료제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도 당국은 아무런 말이 없다. 정부는 국민들에게 그 이유라도 속시원히 설명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 2020년 초 처음 코로나가 한국에 유입됐을 때도 마스크 대란으로 한때 홍역을 치뤘다. 국내 마스크 생산시설이 넘치는데도 수급조절을 못해 빚어진 사고였다. 지난해 봄ㆍ여름 코로나 백신도 확보하지 못해 방역이 다른나라에 비해 몇걸음씩 뒤진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번 치료제 확보도 이와 마찬가지다. 마스크 대란에 이어 예방백신과 치료체 확보전에서 모두 실패한 것이다.

미국의 뉴욕타임즈(NYT)지는 이와 관련해 “한국이 K방역을 자랑하더니 지금은 인구대비 세계 최고의 확진자 발생률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함으로써 한국이 세계의 비웃음거리가 됐다. 한번실수는 있을지라도 같은 실수를 국민의 목숨을 걸고 세차례나 되풀이 하는 정부를 어떻게 이해할수 있겠나, 세계적인 대망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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