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지난주 13일 미국 시라큐스에 있는 BMS 공장을 인수키로 하고 연내에 인수작업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증시에 공시했다. 대기업들의 제약바이오 분야 진출이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는 모습이다.

인수대금은 약 2000억원으로 롯데는 이를 위해 롯데바이오로직스라는 별도의 법인을 설립키로 했다. 롯데는 BMS의 시라큐스공장 시설을 이용해 우선 CDMO(위탁개발생산)사업을 착수하고 이어 신약개발사업에도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CDMO는 회사가 연구기관들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바이오 의약품 생산에 필요한 세포주 개발부터 최종 의약품의 생산ㆍ정제까지 모두 담당하는 사업이다. 신약개발 기술이 부족한 대기업 입장에서는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해당사업에 관한 기술을 빠른 시간 내에 축적해 신약개발에 도전할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그러나 관련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 입장에서는 우수한 기술인력이 대기업으로 유출돼 자칫 도산위기에 몰릴 우려까지 낳고 있다. 바이오 분야가 대기업으로부터 주목받기 훨씬 전부터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가며 이 분야의 연구개발에 정진해온 벤처 또는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피눈물이 날만큼 억울한 일이다. 바이오 업계의 부익부 빈익빈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SK바이오사이언스가 제약바이오분야에서 자리를 굳힌지는 오래됐고 해마다 투자규모를 확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도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진출에 이어 신약개발영역 확장을 선언했고 에너지 화학전문기업인 OCI도 국내외 협업을 통해 제약바이오 플랫폼을 확보하고 있다.

이 외에도 CJ는 별도의 바이오사이언스 법인을 지난 1월 출범시켰고 GS는 휴젤을, OCI는 부광약품을 각각 인수해 바이오 사업진출을 본격화했다. 대기업들의 바이오산업분야 진출이 이처럼 활발한 것은 이 분야가 이미 삼성과 SK에 의해 미래의 먹거리 산업임이 확인됐기 때문이라고 할수 있다.

그러나 대기업이 막강한 자금력이 있다고 하나 모든 대기업이 바이오 분야에서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다. 아모레퍼시픽이나 한화도 바이오분야 진출에 나섰으나 중도에 포기하고 관련 분야를 매각했다. 또 롯데(제약사업)와 CJ(헬스케어분야)도 이 분야 사업을 매각한 경험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바이오 분야에 대해 대기업들의 도전이 끊이지 않는 것은 제약 바이오분야가 좁은 국내시장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세계시장과의 경쟁이라는 점 때문이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세계 제약바이오 시장규모는 4년후인 2026년 505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한계에 이른 국내시장을 벗어나 세계시장에 나가야만 기업의 생존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들 대기업들이 맘 놓고 국내외에서 사업할 수 있도록 규제를 대폭 풀어주는등 투자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또 관련 국내 벤처 또는 중소기업과의 상생제도 마련에도 소홀해서는 안된다. 이는 국내 일자리확대와 경기 활성화에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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