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유경 신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27일 취임했다. 오 처장은 이날 취임식에서 “식약처는 과학기술 전문가이면서 위기관리 전문가이자, 국민소통 전문가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앞으로 산업중심으로 규제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혁신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오 처장의 취임사를 대하면서 앞으로 전개될 제약산업의 변화를 기대하게 된다.

식약처는 지난 1998년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 출발해 박근혜 대통령때인 2013년 국무총리실 산하 직활부처인 식약처로 승격했다. 그 후 지금까지 모두 6명의 처장이 배출됐다. 이들중 3명은 약사출신이고 3명은 공무원출신(약사자격 1명포함)이다. 그러나 신임 식약처장이 내정될때마다 내부에서는 그리 환영받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내정 단계에서부터 새로 부임할 식약처장이 “또 다음 총선에서 정치권으로 갈 것”이라는 소문과 억측이 나돌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승 초대 식약처장이 소문대로 2015년 치러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하느라 중도 사퇴했다. 또 부산에서 약국을 운영하던 부산약사회장 출신의 4대 유영진 처장도 취임(2017년)후 19대 총선출마를 위해 사퇴했다. 이처럼 식약처장자리는 정치권 진출을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해온 ‘과거’를 갖고 있다. 특히 유 전처장의 경우 대통령 선거 출마 선언을 한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의 전신)후보의 대선캠프에서 일한 경력의 측근이라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 내각의 첫 식약처 수장인 오유경 처장에 대해 식약처 내부의 공무원들이 갖는 기대가 큰 것은 바로 이같은 이유에서라고 볼수 있다.

오 처장은 서울약대 졸업, 미국유학을 거쳐 SK캐미칼 선임연구원, 특허청 약품의학과 심사관, 서울약대학장을 역임, 학계와 산업계, 공무원사회를 두루 경험한 식품의약품 전문가로 알려진다. 이는 각계의 최고전문가로 해당분야의 책임자를 임명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뜻과 일단 맞닿아 있다. 이에 부응하듯 오 처장은 “기업의 혁신과 창의성을 살릴수 있도록 과감하고 강력한 규제혁신을 추진하겠다”고 답했다.

지난 정권에서는 코로나 발병초기에 마스크 생산시설은 충분한데도 공급부족사태로 쩔쩔맸던 행정실패의 경험이 있다. 또 복지부 대변인이 언론브리핑에서 “백신확보에서 우리가 반드시 1등일 필요는 없다”(2020년 12월 23일)고 여유를 부리다 코로나 대유행을 자초한 것도 지난 정부시절이었다. 보건행정의 책임자들이 생각을 딴곳에 두고 정권의 눈치만 보니 보건행정이 잘 될 리가 없다. 보건과 약학분야의 전문가인 오 신임 식약처장에 기대를 거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따라서 신임 오 처장은 우선 정치권의 눈치를 살피지 말고 코로나 감염병 위기에서 필수 방역의료 제품의 수급관리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한다. 또 기업규제도 반드시 풀어야 한다. 이는 민간기업에 최대한 자유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건강에 위해가 되는 글로벌 기준의 규제는 불가피하나 제약산업 활동의 자유는 국민 보건과 건강을 지키는 창의적 노력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권의 자유민주주의 국정철학이 제약산업 도약의 길을 열어 가기를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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