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현직 간호사가 근무중 뇌출혈로 졸도했는데도 수술의사가 없어 서울대 병원으로 옮겼으나 너무 늦어 사망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달 24일 새벽 2시에 발생한 일이다. 응급의사의 진단결과 이 간호사는 개두술(開頭術-두개골을 열어 출혈 부위를 동여매는 수술)이 필요했다고 한다.

아산병원에는 이 수술을 할수 있는 뇌혈관 교수가 2명 있는데도 1명은 해외학회에, 다른 1명은 지방 출장 중이어서 손을 쓰지 못하고 서울대 병원으로 옮겼으나 수술 골든타임을 놓쳐 간호사는 안타깝게 목숨을 잃었다. 근무 중인 현직 간호사의 실정이 이 정도 일진데 일반인은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들 출장중인 의사를 탓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사망한 간호사의 문제가 비단 아산병원이나 뇌혈관외과에만 그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등 이른바 내ㆍ외ㆍ산ㆍ소등 4개과가 전공의들이 지망을 꺼리는 기피분야로 정착된지 오래다. 일하기 고되고 자칫 의료사고로 소송당할 위험이 큰데다 돈이 안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의사들은 이들 4개 기피과를 의사들의 3D업종이라고 한다.

특히 산부인과와 소아과는 올해 전공의 확보율이 각각 61%, 27.5%에 그칠만큼 인기가 없다. 산부인과 분만병원수도 2007년 1027곳에서 지난해 6월엔 474곳으로 줄었다. 신경외과는 지망하는 전공의가 전국 정원을 넘어서고 있으나 뇌혈관 분야는 기피하고 거의 척추분야로 몰린다고 한다. 척추진료의 수입이 훨씬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보건복지부가 이러한 문제점들을 풀어가기 위해 지난 주말 공공ㆍ민간을 가리지 않고 필수 의료분야의 의료수가를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어린이 병원처럼 적자가 발생하는 필수 의료기반은 적절한 보상이 이뤄질수 있도록 보상체계를 확립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조치만으로는 부족하다.

뇌 또는 심장수술등과 같은 고되고 힘든 분야일수록 의사수를 획기적으로 늘릴 파격적 조치가 필요하다. 대체적으로 1년에 단 열흘뿐인 이들 분야의 의사들에 대해서는 더 많은 휴식시간이 필요하다. 국내외학회 참여할 기회도 많아야 한다. 그래야 해외의 수술 동향이나 의술의 흐름을 제때 읽을수 있다. 이 기회에 의료계의 3D 업종이라는 자조적인 표현이 사라질 수 있도록 일시적인 땜질처방이 아닌 영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의료수가 하나만을 올린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저작권자 © 메디소비자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