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전세계적으로 뇌과학(Neuroscience)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뇌영상기기를 이용하여 소비자의 감정과 인지과정을 이해하고 탐구하려는 뉴로마케팅(Neuromarketing)의 등장은 소비자법의 새로운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뇌과학이란 뇌와 의식 사이의 관계에 대해 연구하는 통섭학문으로 정치학, 경제학, 교육학, 법학, 심리학, 경영학, 소비자학 등 인간의 심리가 중요한 영역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형사법 분야에서는 법원에서 범죄자의 뇌 특성 파악이나 거짓말 감지를 위해 뇌 영상을 증거로 제시하는 경우 책임능력이나 증거력에 관한 논의가 활발하다.

뇌과학이 급속하게 발달하게 된 배경은 전기생리학, 컴퓨터과학 등의 발달로 뇌 반응을 직접 촬영할 수 있는 첨단장비의 개발에서 찾을 수 있다.

기능성 자기공명영상(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 fMRI), 뇌자도(electoencephalography, EEG), 뇌전도(magnetoencephalography, MEG) 등 뇌영상기기들은 외부자극으로 인해 발생하는 뇌의 혈액흐름이나 뇌파의 변화를 측정하여, 인간 감정과 무의식의 변화를 관찰할 수 있다.

뇌과학의 성과가 활용되는 대표적인 영역이 마케팅 분야이다. 뇌영상 촬영, 뇌파측정 등 뇌영상기기를 이용해 소비자의 뇌 세포 활성이나 자율신경계변화를 측정하여 소비자 심리 및 행동을 이해하고, 이를 기업의 마케팅에 활용하는 뉴로마케팅이 부각되고 있다.

뉴로마케팅이 중요시되는 배경은 소비자 스스로도 의식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알아낼 수 없는 전통적 소비자조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유용하기 때문이다. 기능성 자기공명영상이나 뇌파조사를 통해 소비자가 무의식적으로 느끼는 감성을 측정할 수 있으므로 제품선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감성적 판단을 분석할 수 있다.

뉴로마케팅은 기존 마케팅 활동의 보완책으로는 제품개발, 브랜드전략, 광고전략, 매장동선, 디스플레이 개선 등 활용가능한 분야가 다양하다. 소비자에게 광고나 브랜드 등을 보거나 듣게한 후 뇌영상 기기를 이용해 뇌세포가 활성화되는 모습을 측정하여 소비자심리나 행동을 분석하거나 예측할 수 있다.

그러나 뉴로마케팅의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 뇌영상 촬영을 통해 소비자의 뇌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엿보고, 이를 바탕으로 소비자의 심리 및 행동을 내외적으로 조작할 가능성이 있어 윤리적 및 법적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특히 광고는 이성보다는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한다는 측면에서 뇌과학의 활용도가 높은 영역으로 소비자의 의사결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소비자법적 검토가 필요하다.

첫째, 뉴로마케팅으로 피해를 입거나 취약한 소비자를 보호해야 한다. 뉴로마케팅은 뇌질환자, 정신질환자, 아동 등 취약계층에게는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다. 비만유발제품, 청소년 대상 의약품, 담배, 술 등에 대해서는 뉴로마케팅의 최저기준이 제시되어야 한다.

둘째, 소비자의 자율(autonomy)이나 자유의지(free will)가 보호되어야 한다. 미래의 뉴로마케팅은 소비자가 인식하지 못한 뇌기능을 조작하여 브랜드선호 등 원하는 행동을 유발시킬 수 있기 때문에 부당거래행위의 일종으로 조작행위(manipulation)를 금지할 수 있는 법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뇌과학이 소비자의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을 기술한 책으로 작년에 발간된 조나 레러(Jonah Leher)의 ‘How We Decide'(탁월한 결정의 비밀, 강미경 옮김, 위즈덤하우스)와 린드스트롬(Martin Lindstrom)의 'Buy·ology:: Truth and Lies About Why We Buy' 등에서 소비자의 지갑을 노리는 전략들을 엿볼 수 있다.

신제품이 쏟아져 나오는 과정에서 등장하는 새로운 뉴로마케팅 기법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한편으로는 뇌과학의 도움을 받아 소비자법도 변화해야 할 것이다. <한국소비자원 정책연구실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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