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각지역에 의과대학 신설 주장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29일 대한의사협회(의협)와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이날 현재 국회의원들의 의대 신설입법 발의안은 모두 11개에 이르고 있다.

현재 의대신설 입법안을 발의한 곳은 충남서산ㆍ태안지역의 공주대내 국립공주의대, 목포ㆍ순천ㆍ여수등 전남 남해안지역을 아우르는 의대신설, 전북남원과 경북안동등 2곳의 공공의대시설, 각 시도별 국립대 의대신설안, 지자체별 의대설립안등 우후죽순격이다. 이밖에도 인천대의 의대설립안, 포항공과대학(포스텍)의 연구중심 의대설립 계획이 각 시도에 의해 추진 중이다.

이들 의대신설 추진은 한가지 특징이 있다. 포스텍과 인천대를 제외하고는 의대신설계획안과 법안이 대부분 해당 지역구 출신들의 현역 국회의원들에 의해 법안이 발의되고 추진 중이라는 점이다. 또 공주와 전남 남해안 지역의 의대는 정원 100명짜리 소규모 의대다. 이런 소규모 의대가 경영이 잘될지 의문이다. 각 지역의 의대 신설계획이 나라 전체의 의료수요를 감안하지 않고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민의 표심을 잡는 수단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이들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의 주장을 들어보면 그럴 듯 하다. 의대 입학정원이 2006년 이래 16년동안 3058명으로 동결돼 있고 배출된 의사인력의 53%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지역간 의료서비스가 편중돼 있다는 것이다. 또 인구의 고령화로 인해 의료수요는 매년 증가하고 있는 것도 의대신설 및 의사증원이 필요한 원인이라고 했다.

그러나 의대신설 문제는 단순히 표를 얻기 위한 선심쓰기 계획이 돼서는 안된다. 급조한 계획이어서는 더욱 아니다. 국민 의료체계 확립이란 관점에서 장기 국정과제로 삼아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일이다. 투자비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지난 1991년 개교했다가 2018년 폐교한 전북남원의 서남의대는 그 좋은 본보기가 될 것이다.

서남의대는 서둘러 개교했다가 경영부실에 재단의 교비횡령사건까지 겹쳐 경영부실대학과 정부의 재정지원 제한대학으로 지정됐었다. 이로 인해 부속병원조차 마련 안돼 학생들의 임상 실습교육도 할 곳이 없어 결국 폐교에 이르렀다. 학생들은 근처 전북의대와 원광의대로 흩어져 전학조치됐다. 당시 이러한 과정을 겪은 서남의대 출신들이 지역 의대신설을 반대하는 것을 결코 가볍게 봐서는 안된다.

정부는 최근 반도체 기술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장기 인력양성 계획을 세우고 여기에 맞춰 현재 교육부가 반도체 기술관련 학과 증원정책을 수립중이다. 의사인력도 마찬가지다. 보건복지부가 나서서 장기 의사인력 수급전망을 내놓은 다음 교육부가 구체적으로 의대 입학정원을 늘린 것인지 의대를 신설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이러한 일을 하는 것이 중앙 정부의 역할이다. 의대신설은 국회의원들이 나설 일이 아니고 이에 관한 민심만 정부에 전하는데 그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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